[리뷰]이문세, 5만관객+스타들과 대한민국 뜨겁게 달궈

입력 2013-06-02 08:00:54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가수 이문세. 사진제공|무붕

●데뷔 30주년 잠실주경기장 단독 공연
●성시경 김범수 박찬호 등 스타들 총출동
●수많은 히트곡 잠실하늘 수놓아 ‘감동’


“(하늘을 바라보며)영훈 씨, 우리가 이렇게 될 거라 생각이라도 했겠어요? 5만 석? 어디선가 이 노래 듣고 계신 거죠? 고마워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가수 이문세가 최고의 벗인 고(姑) 이영훈 작곡가와 함께 대한민국 5만 관객에게 잊지 못할 밤을 선물했다.

이문세는 1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 ‘대한민국 이문세’를 열고 이영훈 작곡가가 남기고 간 음악들로 팬들과 만났다.

공연장 주변은 공연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수많은 팬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중장년층의 여성들은 ‘소녀’가 된 듯 여기저기서 ‘오빠’를 외쳐댔고, 중후한 신사들도 이문세의 실사가 그려진 포토존에서 포즈를 잡았다. 전날 체조경기장에서 치러진 조용필 콘서트와 흡사한 모습이 연이어 종합운동장에서도 연출됐다.

‘대한민국’ 이문세는 등장부터 남달랐다. 애국가를 제창하며 관객들과 ‘대한민국’의 밤을 불태울 것을 다짐했다. 이내 그는 “5만 명의 함성을 듣고 싶다”며 팬들의 목청을 풀게 만들었다. 그렇게 공연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히트곡이 많아 셋 리스트를 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문세는 초반부터 ‘파랑새’, ‘알 수 없는 인생’ 등을 열창하며 초반 분위기를 힘껏 끌어올렸다. 팬들은 이문세의 노래에 보답이라도 하듯 잠실벌이 떠나가라 소리쳤고, 이에 이문세는 “5만 개의 하트가 가슴을 뻥 뚫어 놓은 거 같다”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그는 “정말 오래전부터 준비된 공연이기에, ‘대공연이 이렇게 매끈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 긴장하면서 각 위치에서 준비하고 있는 600여 명의 스태프, 후배 가수들과 열심히 보여 드리겠다”고 당찬 각오를 다졌다.

수십 년 전 무대 의상을 준비하는 것을 잊어 남궁옥분의 의상으로 생의 공연을 치렀다던 이문세는 이날 여러 벌의 멋스러운 무대의상으로 중년의 섹시함을 마음껏 발산했다. 거친 듯 정돈된 수염의 그의 음악 인생을 대변하고 있었다. 웃음을 띠며 덤덤히 내뱉는 멘트엔 우리 내 삶의 애환마저 녹아 있었다.
이문세는 수십 년간 동시대를 살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아온 중장년의 팬들은 물론 그의 음악을 뒤늦게 듣고 사랑에 빠진 10~30대 팬들까지 넉넉한 품으로 감싸 안았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각자의 기억을 그의 노래와 함께 추억했다. 이문세의 콘서트는 이문세의 노래를 BGM 삼아 각자의 추억으로 여행을 떠나 자신과의 오마주 하는 ‘골목길’ 같은 장소다. 5만 관객은 ‘따로 또 같이’ 과거를 추억하고, 다시 새 추억을 만들어 나갔다.

이문세는 “아마 두고두고 오늘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을 거다”라며 “‘2013년 6월 1일 오후 8시 26분, 그때 문세가 그 노래를 불러줬었지’라고 기억하게 되길 바란다”며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를 열창했다. 이어 그는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조조할인’, ‘애수’ 등으로 5만 관객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공연이 지속될수록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어나 함께 춤사위를 펼치는 팬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낮고 굵은 목소리의 ‘오빠’와 이문세와 함께 나이를 먹은 아줌마 팬의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오빠’는 공연의 또 다른 재미였다.

“대한민국 이문세, 거창한 이름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노래하고, 히트곡을 가진 이문세. 대한민국에서 얼굴이 제일 긴 이문세. 그런 ‘이문세와 사연과 역사가 있는 우리 모두가 모여 축제처럼 즐겨보자’란 뜻이었어요.”

이문세의 고백에 주경기장이 일순간 조용해졌고, 그는 이내 지금의 이문세를 있게 한 네 사람에게 속내를 꺼내 보였다.

그는 “살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삽니다. 제게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많아요”라며 “데뷔 할 수 있게 도와준 전유성 선배, 저를 믿고 라디오에 써준 송관율 선생님, 엊그제 세상을 떠난 고(姑) 이종환 DJ 선생님. 평생 감사해야 할 분들입니다. 그리고 오늘 두 분이 와계십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가수 이문세. 사진제공|무붕


이어 고(姑) 이영훈 작곡가에게 전한 메시지는 모두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우리는 무명 가수와 무명 작곡가로 만났어요. 우리는 정말 많이 달랐죠. 달랐기 때문에 맞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내가 죽어서도 감사해야 할 사람이에요. ‘난 아직 모르잖아요’는 그가 30분 만에 만들어낸 노래지만, 이 노래는 단어 하나 선택에 몇 시간씩 쏟아 부었어요. 이영훈 씨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 쑥스러워했어요. 하지만 그가 살아 있다면 이 노래만큼은 직접 반주를 해주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영훈 씨를 연습실에서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네요. 그땐 우리가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이라도 했겠어요. 5만석? 어디선가 이 노래 듣고 있죠? 고마워요.”

이내 이문세는 저절로 건반이 눌러지는 피아노 앞에 서서 ‘사랑이 지나가면’을 불렀다. 마치 그가 곁에 있다는 듯이 이문세는 감정을 잡았다. 그리고 이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문세의 공연을 그를 믿고 따르는 후배 가수들의 힘으로 더욱 가득 찼다. 성시경은 직접 피아노 건반을 치며 이문세와 ‘소녀’를 열창했다.

그는 자신을 “59년생 선배님을 존경하는 79년생 가수 성시경”이라고 소개했다. 이문세 역시 “키보다는 마음이, 연애보다는 노래를 더 잘하는 남자 성시경”이라며 후배를 소개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또 김태우, 박수홍, 송종국, 우지원, 이정, 안성기, 류승완 감독, 에드워드권, 박찬호, 김주우, 조세현, 허각, 정준영, 로이킴, 노을, 이수영, 이금희, 김완선, 강승현, 하지영, 박슬기, 최유라, 알리, 쏘냐, 가희, 박경림, 양동근이 등장해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을 열창해 열띤 호응을 이끌어 냈다. 공연장 여기저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스타들의 등장에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또 김범수와 윤도현은 ‘그녀의 웃음소리 뿐’ 무대로 5만 관객의 감탄을 이끌어 냈다. 박지우와 김규리는 공연장 돌출무대에서 정열의 댄스를 선보였다. 전제덕은 하모니카와 등장해 ‘휘파람’을 완성시켰다. 그야말로 예측불허 지원군의 존재가 별이 되어 빛나는 밤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문세는 돌출 무대에 통기타를 메고 나타나 봄과 여름의 중간 어느 날의 밤을 애절한 감성으로 수놓았다. 그는 ‘옛사랑’, ‘광화문 연가’, ‘그대와 영원히’ 무대로 공연장을 찾은 전 세대 팬들의 감성에 단비를 뿌렸다.

이문세는 그 와중에 웃음 포인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옆 체조경기장에서 조용필 선배가 콘서트를 하고 있다. 어디 갈까 고민하신 분들 많은 걸로 안다. 그래서 선물을 준비했다”며 조용필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도하는~’ 성대모사를 선보였다.

또 5만 관객과 하나 되어 곡을 완성하고 미리 알려준 율동을 함께 하며 흥을 돋웠다. 그는 연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하는 이문세는 행복한 사람”이라며 행복을 만끽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팬들의 위한 자작곡 ‘땡큐’도 처음 공개했다.

정식 무대가 끝이 나고 앙코르 무대까지 이어지며 이문세는 공연장 전체를 돌며 팬들과 교감하며 감사한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에서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한 이문세는 모든 공을 대한민국에 돌렸다.

“제가 살면서 이보다 더 감사한 날이 있을까요. 더 행복한 날이 있을까요. 오늘 공연은 여러분이 해주신 겁니다. 이 여운이 오래갈 것 같아요. 잊지 못할 겁니다.”

‘2013 대.한.민.국 이문세’ 공연은 끝이 났다. 하지만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시간이, 기억이 지나간 곳에는 이문세의 노래가 남아있었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