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42번가, 마흔 두 번 봐도 안 질린다

입력 2013-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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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는 막이 오르자마자 화려한 탭댄스 군무로 관객을 압도한다. 오프닝에서 ‘칼군무’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 사진제공|CJ E&M

공연 소개팅 시켜주는 남자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1930년 배경 탭댄스 군무 관객 압도
쉴 새 없는 무대전환…눈 뗄 틈 없어
극 중심에 박상원, 깔끔 연기 정단영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처음 보는 입문자에게 권하지 않는 작품들이 있다. 예를 들면 ‘레미제라블’, ‘광화문연가’, ‘헤드윅’이다. ‘레미제라블’의 경우 워낙 뛰어난 작품이라 처음부터 지나치게 눈이 높아져버리는 게 문제. ‘광화문연가’는 아시다시피 이문세가 부른 대부분의 히트곡을 작곡한 고 이영훈의 곡들을 꿰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사랑이 떠나가면’, ‘광화문연가’, ‘붉은 노을’ 등 누구나 알 만한 친숙한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 뮤지컬은 이렇게 다 아는 노래만 나오는구나’하는 오해를 할 소지가 있다.

‘헤드윅’은 워낙 개성이 강해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심히 갈리는 작품인 만큼 조금 더 뮤지컬에 친숙해진다음 관람하기를 권한다. 록음악에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 너무 재미있어 초심자에겐 안 권해(?)

‘브로드웨이42번가’(이하 42번가) 역시 입문자에게는 썩 권하고 싶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 ‘42번가’는 시종일관 흥겨운 탭댄스가 등장한다. 수십 명의 배우가 일사불란하게 발을 맞춰 추는 서곡의 탭댄스 군무는 그야말로 장관으로 초장부터 관객을 압도한다. 그러다보니 자칫 ‘아하! 뮤지컬은 이렇게 다들 탭댄스가 나오는구나’하고 오해하기 쉽다. ‘42번가’처럼 화려한 탭댄스 장면이 등장하는 작품은 사실 별로 없다(‘빌리 엘리어트’같은 멋진 작품이 있기는 하지만). 두 번째 이유는 ‘42번가’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보고 있으면 ‘이런 게 뮤지컬이구나’싶어지면서 마음 한 구석에 행복감이 밀려든다. 초심자들은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작품이 ‘42번가’처럼 재미있으리라 기대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의외로 냉엄하다.

박상원-정단영(왼쪽부터). 사진제공|CJ E&M



● 눈이 호강하는 작품…박상원 ‘명품연기’

‘42번가’는 귀보다는 눈이 호강하는 작품이다. ‘42번가’에서 ‘오페라의 유령’의 ‘뮤직오브 더 나이트’, ‘지킬앤하이드’의 ‘디스 이즈 더 모멘트’, 맨오브라만차의 ‘임파서블 드림’같은 역사적인 명넘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 대신 시종일관 화려하고, 흥겹고, 어깨와 엉덩이가 들썩이는 군무(때로는 아크로배틱에 가까울 정도로 근사하다)가 있다. 1930년대 메이크업, 패션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는 보너스. 쉴 새 없는 무대전환과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조명이 관객의 눈에 접착제를 뿌린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누리는 뮤지컬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의 박상원은 과연 명품연기의 소유자답게 묵직한 납추처럼 붕붕 뜨는 극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객석 구석구석까지 전달되는 대사와 우아한 동선을 보고 있으면 ‘옥의 티’인 노래의 부족함을 잊게 된다.

뮤지컬계의 뉴페이스 정단영은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밝고 명랑한 코러스걸 ‘페기 소여’ 역을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2004년 ‘42번가’ 공연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던 정단영이 1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같은 작품에서 주연을 따낸 과정은 ‘페기 소여’가 브로드웨이의 스타로 부상하는 인간승리 스토리와 다를 게 없다.

미국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의 진수를 선사하는 ‘42번가’는 세 시간 가까이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재미와 행복감을 선사해주는 뮤지컬이다. 보고 또 봐도 좋은 묘한 매력의 뮤지컬. 마흔 두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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