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을 보는 재미 중 하나는 세리머니다.
2002한일월드컵 10주년을 기념해 열렸던 작년 올스타전에서는 박지성과 FC서울 최용수 감독의 세리머니가 큰 화제였다. 박지성은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가른 뒤 골대 뒤에서부터 반대편 팀 벤치까지 전력 질주했다. 감독 히딩크도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상의를 돌리는 어퍼컷 세리머니로 박지성을 맞이했다. 둘이 포옹하자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02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벤치로 달려갔던 박지성의 세리머니가 10년 만에 재현됐다.
최용수 감독의 세리머니는 배꼽을 잡게 했다. 최 감독은 왼발 강슛으로 팀의 첫 골을 뽑아낸 뒤 유니폼 상의를 벗고 그 자리에서 포효했다. 당시 유로2012 이탈리아의 ‘악동’ 발로텔리가 독일과 준결승에서 선보여 유명해진 세리머니였다. 최 감독 몸매는 발로텔리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배가 나오고 가슴선이 희미했지만 표정만큼은 발로텔리 못지않았다. 박지성의 세리머니는 감동 100%, 최 감독의 세리머니는 재미 100%였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3’에서도 다양한 세리머니가 나왔다. 이날 올스타전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과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대결로 펼쳐졌다. K리그에서 뛰다가 유럽으로 진출한 기성용, 구자철, 윤석영, 이청용 등은 K리그 챌린지 소속으로 뛰었다.
가장 인상적인 세리머니 주인공은 K리그 챌린지 구자철이었다.
구자철이 팀이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동점 골을 터뜨리자 동료들이 나란히 두 줄로 통로를 만들었다. 구자철은 김재성의 팔짱을 끼고 그 사이를 지나갔다. 22일 결혼하는 구자철을 위한 웨딩 세리머니였다. 이후 구자철은 볼을 부케마냥 뒤로 던졌다. 부케 볼의 주인공은 7월1일 한혜진과 결혼을 앞둔 기성용이었다. K리그 챌린지는 전반 26분 염기훈의 골이 터지자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누워 ‘K리그 30’이라는 글자를 직접 만드는 단결력도 보여줬다.
K리그 클래식도 만만치 않았다.
이동국이 팀의 첫 골을 페널티킥으로 터뜨리자 벤치에 있던 이천수가 나왔다. 이천수는 볼을 유니폼 안에 넣더니 마치 출산을 하듯 빼냈다. 최근 딸을 낳은 이천수를 축하하는 세리머니였다. 이동국과 데얀의 세리머니도 눈길을 끌었다. 전반 25분 이동국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크로스바에 맞고 튕기자 데얀이 지체 없는 오른발 발리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둘은 하이파이브를 한 뒤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특별한 의미가 담긴 세리머니는 아니었다. 하지만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국내-외국인 공격수가 손을 맞잡은 모습은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편, 전후반 35분씩 진행된 경기에서는 두 팀이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 후 최우수선수에는 K리그 챌린지 구자철이 선정됐다.
상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