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기자의 이슈&포커스] ‘K리거 박지성’ 흥행은 되겠지만…

입력 2013-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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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스포츠동아DB

■ 박지성, K리그 입단의 명암

K리그 입단땐 중계 늘고 흥행에 도움
설기현 차두리 등 시너지효과도 예상
스타마케팅엔 한계…팬심 금방 시들
J리그, 스타에 목매다 클럽 위기 자초


박지성 의사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박지성이 시대적인 사명감까지 짊어지고 K리그에 꼭 와야 하는 것인가?

최근 연이어 보도된 박지성(32·퀸즈파크레인저스)의 K리그 입단 가능성 기사를 보며 반문하고 싶은 말이다.

박지성은 현역선수 중 가장 대형스타다. 그가 K리그에 올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관심사다. 하지만 가능성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박지성이 K리그에 안 오면 큰 일이 날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분위기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박지성은 ‘선수로서 정점에 있을 때 물러나고 싶다’는 생각이다. 1∼2년 후에는 선수은퇴를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 자선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본인이 직접 이렇게 말했다. 박지성의 소속팀 QPR은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됐다. 박지성은 내년 챔피언십에서 뛰어야 한다. 이런 상황으로 본다면 박지성이 국내 무대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것도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박지성이 K리그에 오면 프로축구 흥행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 K리그 방송중계 현황을 취재하다보니 2005년 유독 공중파 중계가 많았다. 군 팀인 광주상무의 홈경기까지 공중파에서 중계했기에 신기해서 상대팀을 찾아보니 FC서울이었다. 그해 입단한 박주영 신드롬의 영향이었다. 모든 방송 카메라들이 박주영을 따라다녔다고, 자연스레 팬들도 경기장으로 몰렸다. 대형스타 1명이 가진 힘은 이 정도로 폭발적이다. 박지성은 설기현과 김남일(이상 인천), 차두리(FC서울)와 함께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반면 스타마케팅은 한계도 뚜렷하다. 대형스타가 떠나면 기존 골수팬과 달리 스타를 따라다녔던 팬들은 금방 시들해진다. 이런 팬들을 골수팬으로 만드는 게 과제다. 박지성의 K리그 입단을 바라는 이들이 과연 이런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 J리그가 스타마케팅의 명과 암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J리그는 1993년 개막과 함께 지코, 둥가 베베토, 스토이코비치, 리네커 등 남미와 유럽의 스타들을 거액에 모셔왔다. 축구열풍이 불었고, 1994년 평균 관중은 2만 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거품이라 봤다. 인기 하락과 함께 해외스타들에게 비정상적으로 비싼 몸값을 지불하는 클럽에 의해 리그 기반이 무너질 거라 염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1996년 관중은 2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졌다. 높은 몸값과 적은 관중 숫자는 클럽 재정에 부담이 됐고, 인기가 하락하며 스폰서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말 J리그는 클럽들의 줄 도산으로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해야 했다.

박지성이 고심 끝에 K리그에 오겠다고 한다면 두 손 들고 환영이다. 그러나 너무 앞서가지는 말자. 박지성이 K리그에 오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 말자. K리그 흥행이 마치 박지성 한 명에 의해 좌우되는 것처럼 안달내지도 말자. 박지성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고 그 결정을 존중해주면 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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