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조지훈 "다음엔 이병규 선배 삼진으로 잡고파"

입력 2013-07-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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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조지훈. 스포츠동아DB

“다음에 선배님을 만나면 삼진으로 잡고 싶습니다.”

한화 조지훈(19)이 대선배 LG 이병규(39·9번)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지훈은 3일 잠실 LG전에서 8-4로 앞선 5회 1사 1·3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첫 타자 정의윤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 공이 손에서 빠지면서 몸을 맞혔고, 1사 만루위기를 만들었다. 다음 상대는 ‘클러치히터’ 이병규. 조지훈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2B-1S에서 슬라이더 사인이 나왔지만 직구로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그러나 역시 베테랑은 달랐다. 조지훈은 힘껏 공을 던졌지만 주자일소 2루타를 맞고 말았다. 8-7로 추격당하는 통한의 한 방. 결국 팀은 8-9로 역전패 당하고 말았다.

조지훈은 경기 후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의 줄임말)’이었다. 프로 데뷔 후 4경기에서 4.2이닝 1실점 호투를 이어왔던 터라 아쉬움은 더 컸다. 자신을 믿어준 송진우 투수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위로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경기를 보러 오신 아버지, 어머니는 속상할 아들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고 힘내라는 말을 남긴 채 발길을 돌렸다.

조지훈은 그 장면을 다섯 번이나 돌려봤다. 잘못한 부분이 뭔지 확인하고 안 좋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 잠을 청했다. 그러나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TV 채널을 틀 때마다 그 장면이 나오더라. 스포츠채널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승부처라고 반복해서 나와서 지상파로 돌렸는데, 거기서도 그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내 스스로도 4~5번 정도 돌려봤는데 타의로도 4~5번을 더 봤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공교롭게도 조지훈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픈 기억을 선물(?)한 이병규는 장충고 선배였다. 조지훈이 고등학교 3학년 때 모교를 찾은 이병규와 만난 적도 있다. 그래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그는 “선배님이 안 봐주시더라”며 웃더니 “나도 다음 LG전에서 이병규 선배님과 만나면 그때는 꼭 잡고 싶다. 삼진으로 잡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물론 1군의 높은 벽은 느끼고 있다. 조지훈은 “솔직히 고등학교 때 삼진을 많이 잡아서 프로무대에서도 통할 줄 알았다. 2군에서도 가운데 던져도 파울이 나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1군은 레벨이 다르더라. 가운데 던지면 맞아나간다. 프로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1군에 있는 매일이 즐겁기만 하다. 플레이 하나하나가 자신에게 자양분이 될 것을 믿고 있다. 그는 “1군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운다”며 “선배들도 3일 경기가 끝나고 ‘좋은 경험했다. 앞으로 더 나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해주셨다. 나도 안 좋은 기억은 잊고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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