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원정 ‘극과 극 성적’ 궁금증
“류현진 안에는 두 명의 다른 투수가 있는 것 같다.” 1950년부터 LA 다저스의 중계를 맡고 있는 빈 스컬리가 원정경기에 약한 류현진에 대해 이처럼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류현진은 11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5이닝 동안 홈런 1개, 3루타 1개, 2루타 1개 등 총 7안타를 허용하며 5실점으로 부진했다. 삼진 3개를 잡았지만, 볼넷도 2개를 내줬다. 2.82였던 방어율도 3.09로 나빠졌다. 류현진이 전반기 다저스타디움에서 거둔 성적은 4승1패, 방어율 1.90이다. 다저스 투수로는 유일하게 올스타로 뽑힌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5승3패·방어율 1.65)와 견줄 만한 호성적이다. 그러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애리조나를 상대한 이날 경기에서 5점을 내준 바람에 원정 방어율은 4.42로 치솟았다. 홈과 원정의 방어율 차이가 무려 2.52나 되니, 다저스 중계만 64년째인 스컬리의 눈에 의아하게 보였을 법도 하다.
공교롭게도 애리조나의 중심타선을 만난 홀수 이닝에 모두 실점했다. 1회 1사 후 애런 힐에게 90마일(145km)짜리 직구를 던지다 좌중월솔로홈런을 얻어맞았다. 시즌 10번째 피홈런. 1회 투구수도 26개나 됐다. 3회에는 첫 타석에서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AJ 폴록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맞은 뒤 힐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2점째를 빼앗겼다.
다저스가 3-2로 역전한 뒤인 5회말 투구는 재앙, 그 자체였다. 1사 후 폴록과 힐에게 연속 좌전안타를 맞은 뒤 폴 골드슈미트에게 93마일(150km)짜리 바깥쪽 낮은 직구를 던지다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2사 후에는 마르틴 프라도를 상대로 투 스트라이크에서 좌전적시타를 맞아 5점째를 내줬다. 류현진은 5회에만 무려 34개의 공을 던졌다.
마운드에서 류현진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사이 타선도 비효율적 공격을 거듭했다. 8번타자로 나선 닉 푼토는 2회와 4회 득점 찬스에서 모두 평범한 플라이로 물러났다. 4회 무사만루서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올렸던 스콧 밴 슬라이크는 핸리 라미레스의 2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3-2로 전세를 뒤집은 5회 1사 만루서 유격수쪽 병살타를 때려 땅을 치고 말았다.
다행히 7회 아드리안 곤살레스의 우월솔로홈런, 9회 AJ 엘리스의 5-5 동점 적시타 덕에 류현진은 패전을 모면했다. 그러나 전반기 7승3패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원정에 약한 징크스를 보인 만큼 류현진이 후반기 어떤 모습을 보일지 흥미롭게 됐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