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강영식. 스포츠동아DB
● 그분이 오셨다!
지난달 27일 2군에 내려간 강영식은 어깨 통증 치료에 전념했다. 그리고는 공을 던져봤다. 어깨가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미친 듯이 던져봤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떤 날은 네트에 대고 200개씩 던지기도 했고, 불펜피칭을 60~70개씩 한 날도 있었다. 1군에선 이틀 연속 등판하면 하루를 쉬었지만, 3일 연속 공을 던지기도 했다.
“난 마운드에 올라가면 공 5개 던지는 투수다. 길어야 1이닝을 던진다. 그런데 그렇게 던져도 내 몸이 버티더라. 그리고 어느 순간 느낌이 오더라. 잃어버린 감을 찾았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던질 때 느낌이라는 게 있다. 작년 여름에 한참 좋았을 때 그 느낌이었다.”
흔히 말하는 ‘그분이 오셨다’는 뜻이었다. 그동안 어깨가 아프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투구폼이 변해 있었고, 그러다보니 컨트롤이 흔들렸다. 또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한참 좋았을 때의 투구폼과 현재의 투구폼을 동영상을 통해 살펴봤다. 주위의 조언도 들었다. 2군에서 무리다 싶을 정도로 많은 공을 던지면서 결국 그 느낌과 투구폼을 찾았다. 컨트롤이 잡혔고, 구위도 살아났다.
15일과 16일 이틀간 3.2이닝을 던지면서 상대한 11명의 타자를 5탈삼진을 곁들여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는 “공을 던지는 순간 느낌이 있는데, 2군에 가기 전에는 10개를 던지면 안 좋은 게 7이었고, 좋은 게 3이었다. 현재는 그 반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 나를 믿게 됐다!
롯데의 2군 캠프인 김해 상동구장은 강영식에게 ‘힐링 캠프’였다. 육체적, 기술적 회복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치유하는 시간이 됐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절친한 이용훈(36) 선배였다. 1군 복귀를 준비하다 또 어깨 통증 때문에 상동에 머물고 있는 이용훈은 강영식이 2군에 오자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영식은 그곳에서 자신을 찾았다.
“용훈이 형이 그러더라. ‘넌 그 좋은 공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너를 믿지 못하느냐. 네가 널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타자를 이기느냐’고. 내가 원래 좀 예민한 성격이다. 10가지 중 하나를 못하면 잠을 못 잔다. 그동안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잡생각이 많았다. 나한테 믿음이 없었다. 항상 남들 쫓아가기만 했다. 그런데 용훈이 형 얘기를 듣다보니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더라. 갑자기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2군에서 생활하면 시간이 많다. 오전 일찍 훈련을 시작하지만 야간경기를 하지 않으니 저녁에는 여유가 있다. 이용훈은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정신적으로 성숙하다.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강영식은 자신의 내면이 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 또한 ‘신념의 마력’을 비롯해 평소 읽지 못하던 책도 많이 접하면서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해졌다. 1군 복귀 후 2경기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거침없이 공을 던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 류택현을 향하여!
강영식은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특별한 목표의식이 없었다. 그냥 야구를 했다. 그런데 지난해 갑자기 목표가 만들어졌다. 그가 말한 목표는 바로 “1000경기가 등판”이다. 목표의식을 심어준 이는 LG 류택현(42). 모두가 “무모한 짓”이라고 만류했지만, 마흔 살에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하고 다시 마운드에 선 류택현의 불굴의 정신력을 보고 강영식은 마음을 다잡았다.
“작년에 류택현 선배님이 던지는 모습을 보니까 목표가 생기더라. 물론 선배님이 현재 진행 중(16일까지 886경기)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1000경기 등판은 아무도 없었다. 1000경기를 목표로 잡으니 여러 가지가 보이더라. 일단 마흔 살까지 뛰어야 하고, 그때까지 1군에 있어야 하니까.”
강영식은 그래서 15일 역대 최연소 600경기 등판 기록을 세우고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저 지나가는 1경기”라 생각할 뿐이었다. 그의 역할이 팀 승리의 징검다리이듯, 600번째 경기와 601번째 경기 역시 1000경기를 향한 징검다리로 여기고 있다.
사직|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