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PEOPLE] 임채원 “내 꿈은 F1 아닌 메이커 드라이버”

입력 2013-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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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 데뷔 3개월 만에 한국인 최초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쓴 임채원은 “우승보다 우승을 만들어낸 과정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원성열 기자

■ F3 한국인 최초 우승자 임채원

차량 개발·퍼포먼스 향상 도움주는 직업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F3 우승은 차후 DTM 도전을 위한 발판
불리한 조건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한국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드라이버 될 것”

지난 7월13일 영국 실버스톤에서 열린 유로피안 F3 대회 9라운드에서는 한 무명의 동양인 드라이버가 우승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주인공은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의 임채원(29·에밀리오데빌로타팀)이다. 임채원은 F3 데뷔 3개월 만에 한국인 최초의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포뮬러 머신 적응에만 최소 2∼3년은 걸린다는 F3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골프로 치면 미 PGA투어에서 무명의 루키가 데뷔 3개월 만에 우승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시즌 전반기를 마치고 잠시 귀국한 임채원을 만나 우승에 대한 소회와 향후 목표를 들어봤다.


- F3 대회 우승을 하고 금의환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그 우승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스폰서도 구하지 못했다. 서운하지는 않은가?

“F3 우승은 과정일 뿐이다. 다만 우승을 함으로써 스폰서 제안을 해볼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승보다 우승을 만들어낸 과정에서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 유럽에는 F3 우승자가 널려있다. 다만 나는 그 기간을 단축했고, 그만큼 노력했다. 그 가치를 평가받을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 많은 이들이 향후 임 선수가 F1 드라이버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본인의 목표는 무엇인가?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내 궁극적인 목표는 F1 드라이버가 아니다. 드라이버의 진정한 역할은 단순히 차를 타고 우승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향후 베텔이나 알론소처럼 자동차 메이커의 드라이버가 되고 싶다. 메이커의 일원으로 엔지니어들과 함께 차량을 개발하고, 차량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것은 최고 수준의 드라이버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드라이버라는 직업이 유럽에서 최고의 인기 직업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유로피안 F3 대회에서 영국 실버스톤 서킷을 역주하고 있는 임채원. 사진제공|F3 조직위


- F3 머신을 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또 그 경험을 어떻게 차량의 퍼포먼스 향상으로 연결시킬 수 있나?


“F3만 해도 브레이크와 코너링 시 받는 G포스(관성력)가 3G에 이른다. 그 중력을 이겨내면서 코너를 도는 0.5초 정도 사이에 일어나는 차량의 밸런스를 캐치해 내고 그 결과를 미케닉(엔지니어)들에게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터닝을 시작하고 클리핑 포인트를 지나 코스를 빠져나가는 단계를 6단계로 세분화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언더, 오버가 아니라 그런 현상이 어느 시점에서 왜 어떻게, 차량의 어떤 밸런스가 무너져서 일어나는지를 드라이버가 모른다면 기록 단축은 물론 차량의 성능 향상을 이뤄낼 수 없다.”


- 그렇다면 F3나 GP3 도전은 향후 양산차를 기반으로 하는 DTM(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으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인가?

“그렇다. DTM에서 메이커 드라이버로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포뮬러 경기를 통해 내 실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GP3에 진출하고,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그만한 경험을 통해 메이커의 개발 인원으로 참여할만한 드라이버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한국의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산업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없다면 내 모든 도전은 명예도 의미도 없다.”


- 임채원 선수에게 자동차와 모터스포츠는 어떤 의미인가?

“자동차는 내 몸과 같고, 모터스포츠는 내 모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곳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고, 경험이 경쟁력인 유럽 무대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싸우고 있지만 환경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항상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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