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는 “영화 속에서 어찌나 안 죽는지 ‘문정희 네버 다이’라는 별명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그 기운이 통한 걸까. 영화 ‘숨바꼭질’은 연일 승승장구 중이다. 영화의 흥행은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도 있지만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의 열연이 큰 역할을 했다. 세 배우는 관객들에게 쫄깃한 긴장감을 선물했다.
특히 문정희의 변신은 놀랍다. 그가 맡은 주희 역은 안타까운 사연에 짠한 마음이 들다가도 섬뜩한 그의 눈빛에 몸을 움츠리게 되는 반전 캐릭터다.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문정희를 만났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자리에 앉자마자 문정희는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물었다. 어느 장면에서 누가 범인임을 눈치 챘고 어디서 놀랐는지 말하자 그는 손뼉을 치며 공감했고 연기가 파격적이었다고 하니 “아 정말?”하며 자신의 연기에 대해 술술 설명했다.
“전 언제나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역할로 있었어요. 조금 질리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숨바꼭질’의 시나리오를 보게 됐어요. 주희 역을 보고 매력을 느꼈어요. 한국 영화에 이런 여성 캐릭터를 찾아보기 힘들었거든요. 운명처럼 다가온 이 역할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문정희는 주희 역을 맡으며 그의 과거를 상상했다. 주희는 병적으로 집에 대한 집착이 있는 여성이다. 문정희는 주희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생각하며 점점 주희 역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주희의 과거를 생각해야 했어요. 그가 정신적으로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제 머릿속에 타당한 근거를 주입시켜야했죠. 그래서 주희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계속 생각하며 캐릭터를 구상했어요. 의식주라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요소를 모두 빼앗긴 여성으로 캐릭터 틀을 잡았죠. 열등감도 강하고요. 그래서 범죄를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이코패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문정희는 촬영 중 발톱이 빠지는 아찔한 부상을 겪기도 했다. 영화를 위해 하루에 9km씩 뛰었다. 하지만 구두를 신고 바닥이 미끄러운 주차장을 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발 앞부분에 힘을 주고 뛰는 바람에 발톱이 빠지고 말았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전력질주 했어요. 안 힘들었냐고요? 당연히 힘들죠. 그런데 배우로서 몸이 힘든 것은 별거 아니에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가시’ 때 벌컥벌컥 물을 마실 수 있었고 ‘숨바꼭질’에서는 발톱이 빠져도 뛸 수 있었어요.”
지난해 문정희는 청룡영화제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올해는 여우주연상에 대한 욕심이 있느냐 묻자 그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원래 상 욕심이 없다. 지난해도 상을 받을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하며 웃었다.
“제가 상을 받아서 기쁜 것보다 저와 함께 해준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상을 받기 전에는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을 몇 분씩 말하는 걸 보며 이해를 못했어요. 그런데 직접 단상에 올라가니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은 거예요.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뜻 깊었어요. 그런데 정작 제 남편 이름을 안 말한 거 있죠? 1년째 삐쳐있어요. (웃음)”
영화 ‘숨바꼭질’을 마친 문정희는 9월에 차기작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촬영에 들어간다. 무능력한 남편(김상경)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는 착한 아내로 분한다.
“그동안 파격적인 역할이었다면 차기작은 따뜻한 심성의 여성으로 나와요. 오랜만에 로코물을 찍으니 가슴이 벌써부터 두근거리네요. 차기작도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자리에 앉자마자 문정희는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물었다. 어느 장면에서 누가 범인임을 눈치 챘고 어디서 놀랐는지 말하자 그는 손뼉을 치며 공감했고 연기가 파격적이었다고 하니 “아 정말?”하며 자신의 연기에 대해 술술 설명했다.
“전 언제나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역할로 있었어요. 조금 질리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숨바꼭질’의 시나리오를 보게 됐어요. 주희 역을 보고 매력을 느꼈어요. 한국 영화에 이런 여성 캐릭터를 찾아보기 힘들었거든요. 운명처럼 다가온 이 역할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문정희는 주희 역을 맡으며 그의 과거를 상상했다. 주희는 병적으로 집에 대한 집착이 있는 여성이다. 문정희는 주희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생각하며 점점 주희 역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주희의 과거를 생각해야 했어요. 그가 정신적으로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제 머릿속에 타당한 근거를 주입시켜야했죠. 그래서 주희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계속 생각하며 캐릭터를 구상했어요. 의식주라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요소를 모두 빼앗긴 여성으로 캐릭터 틀을 잡았죠. 열등감도 강하고요. 그래서 범죄를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이코패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 문정희.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문정희는 촬영 중 발톱이 빠지는 아찔한 부상을 겪기도 했다. 영화를 위해 하루에 9km씩 뛰었다. 하지만 구두를 신고 바닥이 미끄러운 주차장을 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발 앞부분에 힘을 주고 뛰는 바람에 발톱이 빠지고 말았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전력질주 했어요. 안 힘들었냐고요? 당연히 힘들죠. 그런데 배우로서 몸이 힘든 것은 별거 아니에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가시’ 때 벌컥벌컥 물을 마실 수 있었고 ‘숨바꼭질’에서는 발톱이 빠져도 뛸 수 있었어요.”
지난해 문정희는 청룡영화제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올해는 여우주연상에 대한 욕심이 있느냐 묻자 그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원래 상 욕심이 없다. 지난해도 상을 받을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하며 웃었다.
“제가 상을 받아서 기쁜 것보다 저와 함께 해준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상을 받기 전에는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을 몇 분씩 말하는 걸 보며 이해를 못했어요. 그런데 직접 단상에 올라가니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은 거예요.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뜻 깊었어요. 그런데 정작 제 남편 이름을 안 말한 거 있죠? 1년째 삐쳐있어요. (웃음)”
영화 ‘숨바꼭질’을 마친 문정희는 9월에 차기작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촬영에 들어간다. 무능력한 남편(김상경)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는 착한 아내로 분한다.
“그동안 파격적인 역할이었다면 차기작은 따뜻한 심성의 여성으로 나와요. 오랜만에 로코물을 찍으니 가슴이 벌써부터 두근거리네요. 차기작도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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