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봉중근(왼쪽)과 주장 이병규가 5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해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하자 얼싸안고 함께 뛰어오르며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0-2서 6회말 4점 폭발 역전
그리고 넥센 잡은 꼴찌 한화
■ 11년만의 환희
암흑의 10년을 지나 가을무대
이병규·봉중근…LG맨들 뜨거운 포옹
LG는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의 주인공이었다. 정규시즌 1위는 삼성이었지만, 마지막 날까지 펼쳐진 역대 가장 치열했던 2위 전쟁을 승리로 장식하며 주연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조연이 됐다. LG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5-2로 이겼다. 대전 경기에서 한화가 넥센의 발목을 2-1로 잡아준 덕에 LG는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다.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참여하면서 준PO가 아닌 PO부터 치르게 된 LG 선수단과 팬들은 그라운드와 관중석에서 함께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 기적적으로 2위를 거머쥔 LG
LG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해도 2위를 차지하기 힘들었다. 넥센이 한화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2위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력상으로 보면 넥센이 한화를 상대로 충분히 승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시작 후 LG는 2회초 두산에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0-2로 끌려가 사실상 준PO를 대비해야 할 듯 보였다.
그러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LG는 6회말 대거 4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그런 뒤 대전구장에서 한화가 0-0의 균형을 깨고 2-0으로 앞섰다. 잠실구장의 LG 팬들 사이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LG 덕아웃에도 당연히 이 소식이 전달됐다. 잠실구장에서 8회가 진행되는 사이 대전에서 한화가 승리했다는 최종 결과가 알려졌다. LG는 8회말 1점을 더 추가하며 사실상 2위를 예약했다. 2위가 결정되는 순간 LG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는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 줄무늬 피가 흐르는 사나이들의 눈물
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에선 눈물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수도권의 인기구단 LG는 19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지만 2002년 이후 잇달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보냈다. 지난 10년간 항상 4강을 향해 뛰었지만 번번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사령탑도 여러 명이 교체되는 등 숱한 시련을 겪었다. 결국 11년 만에 뜻을 이루어냈다.
특히 LG에서 데뷔해 아직까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느끼는 감정은 남달랐다. 프로에 데뷔한 2002년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던 LG의 간판타자 박용택은 그 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목 놓아 울었다. 선수 시절부터 코치로 변신해서까지 LG 유니폼만 입은 차명석 투수코치 또한 LG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동현, 봉중근과 함께 포옹을 나누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역 시절 줄무늬 유니폼을 입진 않았지만 LG 김기태 감독도 선수, 코칭스태프와 일일이 포옹하며 눈이 뻘겋게 됐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