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식구들’에서 경제적으로 무너진 가장의 이면을 눈물 연기로 표현하며 감동을 선사한 배우 조성하. “40대의 현실을 연기하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KBS
시청률 30%를 돌파한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는 다양한 세대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공감을 얻고 있다. 그 중 ‘처월드’에 입성한 맏사위 조성하는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40대 가장의 쓸쓸함을 그리며 드라마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는 조성하의 이야기를 들었다.
■ 처가살이 맏사위…슬픈 가장의 표상 고민중 역 조성하
운동장 폭풍 오열…감정표현 연기 생소
이 시대 40대 남자 대변 사명감도 들어
드라마선 찬밥…실제론 딸 사랑 독차지
“평소에 울어봤어야 말이지.”
베테랑 연기자 조성하(47)가 털어놓은 눈물 연기의 고충이다. 그의 말은 이 시대 가장들의 눈물에 관한 해석처럼 들린다.
조성하는 ‘왕가네 식구들’에서 갑작스레 사업에 실패한 뒤 택배기사로 일하며 아내 오현경은 물론 장모에게 미운털이 박힌 남자. 그런 조성하의 극중 눈물은 가장들은 물론 자식들의 마음까지 적시고 있다.
사업 실패와 처가살이의 고충에 힘겨워하는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넓디넓은 학교 운동장 바닥에 주저 않아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것. ‘아버지는 눈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다.
이 눈물신은 조성하에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자 어려운 연기였다. 조성하는 “평소에 좀 울어봤어야 눈물이 나오지. 그만큼 아버지들은 자의든, 타의든 눈물샘을 막고 있지 않나. 촬영하면서 가슴을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모른다. 오랜 세월 묵힌 것들이 ‘툭’ 떨어져 나오듯 그렇게 눈물이 나오더라. 집에 가서 보니 가슴에 피멍이 들었더라”고 말했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그는 40대 평범한 가장 역할을 연기하면서 이처럼 많은 ‘첫 경험’을 하고 있다.
“남 울리는 연기는 해 봤어도 우는 연기는 처음”이라는 조성하는 “상대방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도 생소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겪는 40대의 어려움을 연기로 표현하는 데 일종의 사명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드라마가 끝나면 누리꾼의 평가를 꼼꼼히 챙겨본다. “내 연기가 세상 밖으로 던져지고 나서 시청자가 느끼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그리고 이를 연기로 새롭게 체화하는 것도 적지 않다”고 그는 밝혔다. 40∼50대 남성들의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버지들이 가정과 사회에 완전히 발붙일 수 없는 환경 아닌가. 나도 같은 마음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드라마에서는 찬밥 신세지만 조성하는 실제로는 사랑스러운 두 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딸 바보’. 배우를 꿈꾸는 첫째 딸에게 그는 가장 멋지고 존경스러운 존재이다. 그는 “딸이 예술고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있다. 딸의 멘토이자 인생 선배로서 내 길도 늘 고민한다. 딸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기 위한 노력도 연기만큼 쉽지 않다”며 허허 웃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