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탈출 삼성 “대구에서 보자”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이 힘겹게 5차전을 손에 넣고 한국시리즈(KS) 승부를 6차전으로 끌고 갔다. 삼성을 구한 주인공은 박한이였다. 박한이가 29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KS 5차전에서 5-5로 팽팽히 맞선 8회초 1사 2·3루서 결승 2타점 우전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11안타 폭발 반격 1승…두산과 2승 3패
박한이 결승타…오승환 무실점 세이브


밴덴헐크 2이닝 무실점 투혼 승리투
두산 최준석 솔로포 2방 빛바랜 괴력

이대로 물러선다는 것은 페넌트레이스 1위의 자존심에 큰 상처였다. 벼랑 끝에 몰린 사자는 몸부림을 치며 결국 승부를 대구로 몰고 갔다.

삼성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4선승제) 5차전에서 두산을 7-5로 꺾었다. 삼성은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3패를 기록하며 안방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꿈꾸게 됐다.

4차전까지 이빨도, 발톱도 없었던 사자는 그동안 숨겨뒀던 맹수 본능을 발휘했다. KS 들어 처음으로 타선이 시원하게 폭발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1회초 2사 후 채태인의 생애 첫 KS 홈런을 시작으로 연속 5안타를 몰아치며 3점을 쓸어 담았다. 3-1로 앞선 3회초에는 최형우의 솔로포(KS 개인통산 4호)가 터졌다. 승부는 5-5 동점인 8회초 갈렸다. 진갑용과 정병곤의 연속안타와 정형식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 찬스서 베테랑 박한이가 2타점 우전적시타를 날리며 결승타점을 올렸다. 박한이는 이로써 자신의 KS 개인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43개로 늘리는 한편 은퇴한 이만수와 김종훈이 보유하고 있던 KS 개인통산 최다타점 기록(22개)과도 타이를 이뤘다. 5차전 데일리 MVP(최우수선수)로도 선정돼 상금 1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숙박권을 받았다. 그동안 타선이 침묵했던 삼성은 홈런 2방을 포함해 시리즈 들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안타(11개)를 때렸다.

선발투수 윤성환은 2.1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등판한 안지만이 3.2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고, 6차전 선발투수로 내정된 밴덴헐크가 7회말부터 등판해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내는 투혼을 발휘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9회에는 어김없이 오승환이 등판해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오승환은 이로써 이번 KS에서 2세이브째를 거두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KS 개인통산 세이브 기록을 두 자릿수(10개)로 늘렸다.

두산은 최준석이 2회와 5회 솔로홈런(KS 개인통산 1·2호)을 날리는 등 맹렬한 추격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잠실에서 우승 축배를 드는 데 실패했다.

KS 6차전은 10월의 마지막 밤인 31일 오후 6시 대구구장에서 벌어진다. 역대 KS에서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선 팀이 13차례 모두 우승한 역사를 두산이 입증할지, 5차전의 여세를 몰아 삼성이 승부를 7차전까지 몰고 갈지 주목된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