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와 끼를 갖춘 그룹’이라는 전통은 이으면서도 “재능은 업그레이드됐다”는 LPG는 영어 불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어 등 다양한 외국어가 가능한 ‘글로벌 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사진제공|케이스토리 엔터테인먼트
노랫말에 충실한 제목임을 알아줬으면
댄스·R&B까지…이름만 빼고 다 바꿔
미스코리아·모델 출신 전통은 살렸죠
‘케이 팝’ 이어 ‘케이 트로트’ 열풍 앞장
외국 어르신도 즐겨듣는다? 벌써 흐뭇
멤버수 아홉 명에, 노래 제목도 ‘효녀시대’다. 자연스레 ‘소녀시대’가 떠오르겠지만, 2년 만에 새 음반 ‘효녀시대’를 발표하고 활동에 나선 여성그룹 LPG 이야기다.
저고리 없이, 어깨를 드러낸 개량 한복차림으로 최근 스포츠동아를 찾은 LPG는 “의도한 건 아닌데, 사람들은 그렇게 (소녀시대와) 연관지어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선배들”이라며 “‘효녀시대’는 소녀시대 패러디가 아니라 노랫말에 충실한 제목임을 알아 달라”고 당부했다.
2011년 3월 싱글 ‘앵그리’ 이후 21개월 만에 가요계로 돌아온 LPG는 “이름만 빼고” 다 바뀌었다. 기존 5인조에서 9인조로 확대됐고, 라희·리카·라늬·지원·유주·리원·송하·아율·지은 등 아홉 멤버 모두 새 얼굴이다. 2005년 데뷔 이후 두 번째 ‘멤버 전원교체’를 단행한 까닭에 ‘LPG 3기’로 불리는 이들은 세미 트로트에 치중했던 1, 2기와 달리 트로트부터 댄스, R&B 등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섹시함과 귀여움, 발랄함과 상큼함 등 여성의 모든 매력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그룹”이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LPG는 “우리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1, 2가 다소 성인 취향이었다면, 우리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친근한 걸그룹이 되고자 한다. 멤버들의 나이도 다소 어리고, 음악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세미 트로트마저도 일렉트로닉 댄스풍으로 해석했다.”
‘효녀시대’는 세미 트로트 장르지만, 일렉트로 댄스를 가미했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몫을 한다’는 내용이다. 후속곡으로 내정된 ‘빵야빵야’ 역시 일렉트로닉 댄스와 트로트가 결합한 ‘일렉트롯’이란 신종 장르다. LPG는 ‘효녀시대’에서는 단아함을, ‘빵야빵야’에서는 섹시함을 보여주는 등 “노래 콘셉트마다 보여주는 매력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LPG 3기가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지만, 미스코리아 출신, 현직 모델 등 멤버들의 화려한 면면이라는 ‘전통’은 살렸다.
유주(이희수·25)와 리원(이리원·22)은 각각 서울종합예술학교 실용음악과, 수원여대 대중음악과 출신으로, 드라마 OST 등으로 이미 실력을 검증받았다. 원광대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라희(양희정·29)는 드라마 ‘빛과 그림자’ ‘스파이명월’ 등에 출연한 연기자 출신. 계명대 무용과 휴학 중인 라늬(허서영·28)는 한일 합작드라마 ‘레인보우로즈’에, 지은(강지은·20)은 패션모델을 거쳐 달샤벳 소속사 등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공주사범대를 졸업해 교사 자격증을 보유한 리카(최리사·28)는 중국 삼성 애니콜 모델로 활동했고, 2011년 걸그룹 에이프릴키스에서 활동했다. 아역모델 출신 아율(박서휘·20)은 고려대 응원단에서 활약한 ‘고대얼짱’ 출신이다.
LPG 멤버 대부분은 연기자, 모델 등 연예계 ‘경력자’들이지만, ‘신인 정신’으로 재무장했다. 모두 합숙생활을 자청했고, 각자 휴대전화는 숙소에서만 사용하며 개인적 외출은 삼간다는 ‘생활수칙’을 지키고 있다. 당사자 몰래 1주일간 다른 멤버를 챙겨주는 ‘마니또 게임’을 하면서 멤버간 우애도 다지고 있다.
멤버 모두 끼와 재능, 뛰어난 외모 등을 겸비해 많은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은 해외활동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LPG 소속사 케이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측은 LPG 3기를 2년간 기획하면서 외국어 능력에도 중점을 뒀다. 아율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6년간 유학했고, 라희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에서 수년간 음악공부를 했다. 리카는 중국과 홍콩에서, 라니는 일본에서 각각 모델로 활동했다.
“해외에 트로트를 널리 전파하고 싶다. 일본은 엔카, 프랑스는 샹송 등 해외에서 알아주는 그 나라의 전통음악이 있다. 댄스음악뿐 아니라 해외의 모든 연령층이 좋아하는 ‘케이 트로트’가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외국의 어르신들이 우리 트로트를 즐겨듣는다 생각하면 벌써부터 흐뭇해진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