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수’에서 비련의 인물을 연기하며 새로운 평가를 얻는 손은서. “칭찬을 받는 일이 기분 좋은 것인지 새삼 느낀다”는 그는 낯설고 두려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영화 ‘창수’ 비련의 여인 열연 손은서
드라마 ‘내 딸 꽃님이’ ‘메이퀸’ 등 주로 악역
“다른 역할 시도 못했던 나의 한계…”
‘창수’서 상처 많은 여주인공…연기 호평
“칭찬이 이렇게 달콤한 줄 몰랐어요!”
“내 20대는 좀 외로웠던 것 같다.”
연기자 손은서(28)는 이제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서른 살이 된다. 물론 만으로 계산하면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손은서는 굳이 ‘만 나이’를 거론하고 싶지 않다는 듯 “곧 30대”라고 짚어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2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요즘 손은서는 고민에 빠졌다. “친한 언니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될지 조용하게 혼자 보낼지 아니면 일에 몰두할지 아직은 모르겠다”는 그는 “30대가 된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웃음), 그 나이가 되면 더 여유가 생길 것 같긴 하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부산이 고향인 손은서가 서울로 온 건 대학에 합격한 스무 살 때다.
“20대의 대부분을 혼자 보내왔는데 돌아보면 외롭게 지낸 것 같다”는 그는 “그동안 사랑의 감정도 느껴봤고 새로운 소속사를 만나면서는 연기를 대하는, 좀 다른 각오도 생기면서 나를 다져왔다”고 했다.
“한편으론 무던하게 보낸 것 같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그건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 더 열심히 연기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아직은 자신을 찾아주는 곳보다 찾아가야 할 데가 더 많은 손은서는 “아직 연기의 안정기가 아니다”고 했다. 최근 소화해온 드라마 ‘내 딸 꽃님이’ ‘메이퀸’ ‘그녀의 신화’ 등에서 주로 악역을 맡은 것도 스스로가 진단한 ‘한계’다. “악녀 캐릭터를 주로 하고 있지 않나. 다른 걸 시도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 내가 원하는 작품이나 역할을 온전히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 현실이 나를 더 움직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28일 개봉한 영화 ‘창수’(감독 이덕희)는 손은서를 다시 보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에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지금껏 해온 그 어떤 역할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여인 미연을 통해 손은서는 갈 곳 없이 떠도는 비련의 인물을 아련하게 표현해냈다.
“내가 찍은 영화이지만 다시 보니 촬영할 땐 생각지도 못한 감정들이 새삼스럽게 솟아났다. 얼마나 상처가 많은 여자인지, 왜 남자들에게 치를 떠는 여자인지 새롭게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미연이 참 불쌍하다.”
‘창수’를 본 이들은 손은서의 연기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로 요즘 그는 “앞으로 영화 쪽에서 많이 찾을 것 같다”는 말도 자주 듣고 있다. 물론 실감은 나지 않는다.
“특별한 느낌은 없지만 칭찬을 받는 일이 이렇게 기분 좋은 건지 몰랐다. 하하!”
손은서는 이달 초 대만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현지 영화, 드라마 제작사의 초청으로 찾아간 그 곳에서 앞으로 도전해야 할 새로운 무대를 발견했다. 손은서를 만난 현지 제작자들은 ‘중국어권 나라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얼굴’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이나 대만 쪽에서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는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게 여전히 낯설고 두렵지만 더는 겁만 내지 않고 하나씩 이뤄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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