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타순에 4번타자가 타격…전광판 부실이 빚은 해프닝

입력 2014-03-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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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상동구장의 열악한 시설 탓에 부정위타자가 등장하는 웃지못할 해 프닝이 벌어졌다. 11일 두산-롯데의 시범경기가 열린 상동구장을 찾은 야구팬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김해|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두산-롯데 김해 상동 시범경기서 부정위타자 소동

2군 훈련장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치르다 결국 일이 터졌다. 11일 원정팀 두산은 ‘부정위타자’를 2차례나 내보내고, 홈팀 롯데는 잘못된 상황을 알아채지도 못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전광판 시설이 미비한 상동구장에서 시범경기가 열린 탓에 프로야구 초창기에나 나왔던 부정위타자가 2014년 다시 출현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사건은 두산의 6회말 수비에서 시작됐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1번 우익수 민병헌을 빼고 1루수 오재일, 4번 1루수 칸투를 빼고 우익수 박건우를 넣는 선수교체를 동시에 했다. 민병헌 자리에 박건우, 칸투 자리에 오재일이 들어가야 할 상황이기에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교체였지만 두산은 “오재일을 1번에 넣으려고 했다. 송 감독의 착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결국 8회초 두산 1번 타순 때 당연히 자신이 민병헌과 교체된 줄 알았던 박건우가 등장하면서 부정위타자가 돼버렸다. 4번 타순에 들어갈 것으로 통보된 타자가 1번타자로 버젓이 나왔는데도 롯데 벤치는 인지조차 못한 채 어필 없이 흘려보냈다. 규정상, 부정위타자인 박건우가 등장해 타격을 종료했기에 그 다음에는 5번 홍성흔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두산은 그 다음타자로 2번 최주환을 냈다. 최주환도 부정위타자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두산은 “박건우가 착각하고, 오재일 타순인 1번에 나가서 송재박 수석코치가 구심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2번 최주환부터 나가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김태선 기록원은 “송 수석이 구심에게 물은 것은 사실이나 ‘우리는 가르쳐줄 수 없다’고 답했다. 우리가 부정위타자를 또 만들라고 지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9회 선두타자 최주환이 중견수 뜬공으로 타격을 종료한 순간 부정위타자는 또 인정됐고, 3번 김현수에 이어 다시 4번 타순이 돌아왔다. 여기서 두산은 4번타자로 박건우를 다시 내보냈다. 그제야 롯데도 상황이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러나 박건우가 삼진을 당했고, 경기가 1-1로 끝나자 어필할 기회가 없었다. 부실한 전광판이 촉발한 해프닝이 두산과 심판진에는 진실게임을, 롯데에는 룰조차 몰랐다는 불명예를 안긴 상황이다.


부정위타자(improper batter)란? 자신의 타순이 아닌 다른 선수의 타순 때 타석에 선 타자를 이르는 말. 부정위타자가 타격을 끝낸 뒤 상대팀이 어필하면 아웃이 선언된다. 부정위타자가 타격 행위를 완료하기 전이면 정위타자(proper batter)는 부정위타자의 볼카운트를 이어받아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 부정위타자가 타격을 끝내고 다음 타자에게 투구하거나 다른 플레이를 하기 전, 상대팀이 구심에게 어필하면 구심은 ①정위타자에게 아웃을 선고하고 ②부정위타자의 행위로 인한 모든 진루나 득점은 무효로 한다. 부정위타자가 타격을 끝낸 뒤 어필 없이 정상적으로 게임이 진행됐다면, 부정위타자는 정위타자로 인정되며 그 타격 결과 또한 정당한 것이 된다.

김해|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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