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10년만의 연기…생과 사 갈림길서 선택”

입력 2014-04-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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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로 새롭게 태어났다. 10년의 공백을 무색하게 하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연기 활동을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제공|SBS

■ ‘세 번 결혼하는 여자’로 돌아온 허진

10년. 강산이 변할 만큼 짧지 않은 시간이다. 특히 연기자 허진(65)에게 지난 10년은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3월30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출연을 계기로 허진은 2003년 드라마 ‘무인시대’ 이후 10년 만에 연기를 할 수 있었다. 허진이 두 번째 인생의 발걸음을 뗐다.


건강악화·생활고 힘든 시련속 찾아온 기회
날 추천한 강부자…날 선택한 김수현 작가
할 줄 아는 유일한 것, 연기로 보답해야죠


“할 줄 아는 거라곤 연기 밖에 없다.”

간절함이 묻어나는 첫 마디였다. 허진이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통해 1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작품과 보낸 5개월여 시간은 그래서 그에게 가슴 벅찰 수밖에 없다. 그는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되뇐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워지는 표정. 스스로 기운을 북돋는 모습이 건강, 생활고 등 힘겨웠던 기억을 비로소 떨쳐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1970∼80년대 톱스타 허진. 1971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셋방살이’ ‘사랑이 있는 곳에’ ‘맨발의 억순이’ 등에서 당당한 이미지로 눈길을 끌며 화려한 여배우의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그는 임실댁으로 불리는 가정부 역할이다. 촌스러울 정도로 뽀글거리는 헤어스타일, 안쓰러워 보이는 표정과 행동, 구시렁거리는 말투. 중년 팬들은 이런 허진의 모습이 낯설다. 물론 본인도 그렇다.

“처음이다. 신인 때도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다. 자존심은 던져버렸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출연했다.”

그리고 결정에 후회는 없었다. 이 작품을 통해 오랜 만에 받는 관심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허진은 “많은 분들이 내 손을 잡고 격려해준다. 난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데…, 살기 위해 연기하는 것인데 말이다. 참 행운이다”면서 “돈을 벌 수 있어 감사하다”고까지 말한다. 그리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연기 밖에 없다”며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둔 말을 꺼낸다.

이런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김수현 작가와 동료 강부자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강부자와 김 작가 얘기에 허진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난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나를 언니(강부자)가 추천했고, 김수현 작가는 날 선택해줬다. 죽어있던 내게 생명을 불어넣어줬다. 나락에서 건져줬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은인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40회까지 달려온 그는 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연기가 나오면 후배가 보는 앞이라도 실수를 인정하고 지적도 받아들였다. 또 다시 눈물을 보인다. 이어 “앞으로도 겸손한 자세로 작품에 임하고 싶다”면서 “아직은 어깨 쫙 펴는 캐릭터는 안 된다”며 웃는다.

허진은 소박한 일상도 꿈꾸고 있다.

“혼자 있는 것, 쓸쓸하지는 않은데 심심하다. 이제 봄도 왔으니 벽지도 바르고 페인트칠해서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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