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베이스볼] 입스 극복한 정근우의 긍정

입력 2014-04-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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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한 노력으로 현역 최고의 2루수가 된 한화 정근우는 소위 야구 잘하는 멘탈을 타고 났다. 긍정적인 성격으로 어떠한 슬럼프도 기꺼이 털고 일어설 수 있다. 사진제공|한화

■ 정근우는 어떻게 멘탈갑이 됐나

2005년 신인때 입스 경험…외야수 전향
“안되면 2군 가지 뭐” 마음 비우자 술∼술
한화 심리전문코치 “성격 밝으면 극복 쉬워”


“성격 좋은 선수가 결국 야구도 잘한다.”

밥만 먹고 야구 연습만 하는 선수들이 평범한 실수를 한다. 선구안이 흐트러져 타격 슬럼프에 빠진 타자나 스트라이크도 못 던지는 투수가 나온다.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알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를 슬럼프라 말한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있다. 좋은 선수냐 아니냐를 가르는 요소 중의 하나는 슬럼프 때 얼마나 빨리 헤쳐 나오느냐에 있다. 슬럼프 탈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훈련이 아니라 마인드일 수 있다’는 것이 스포츠심리학이 발견한 성과다. 그렇다면 야구에 적합한 성격은 어떤 것일까? 그런 성격은 수련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 ‘입스’ 극복한 한화 정근우

골프 용어 중 ‘입스(Yips)’라는 말이 있다.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서 스윙을 제대로 못하거나 강박관념에 시달려 샷을 실패하는 증상’을 일컫는다. 야구선수도 입스 증후군에 곧잘 빠진다. 평범한 송구를 땅바닥에 던지거나, 뜬공 공포증을 가진 선수가 그것이다.

스포츠심리학 박사인 한화 이건영 경기력향상 코치는 “입스 증후군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몸에 반응신호를 보내는 신경체계에 혼선이 빚어져서 평범한 실수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가 많다”고 진단한다. 야구인들이 흔히 “말린다”고 표현하는 현상이다.

현역 최고의 2루수인 한화 정근우(32)도 루키 시절, 입스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05년 SK에 입단한 정근우는 수비가 안 되는 선수였다. 내야송구가 안돼 오죽하면 외야 전향까지 했었을까. 그러나 외야로 가니 이번엔 뜬공 처리가 안됐다. 소위 선수도 아닌 수준까지 추락했지만 2006년부터 화려하게 잠재력을 꽃피웠다. 정근우는 “‘안 되면 2군 가면 된다. 어차피 다 내 책임이니까 후회 없이 해보자’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더니 풀리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어떤 심리적 도움 없이 정근우가 털고 일어난 것은 야구에 적합한 성격을 가진 덕분이다. 이 코치는 “성격이 아무리 긍정적이라도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선수는 입스에 빠질 수가 있다. 다만 성격이 밝으면 안 좋은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고, 털 수 있다”고 말한다. 실수를 아예 안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야구 잘하는 멘탈의 에센스가 담겨 있는 것이다.


● 한화, 심리트레이닝 투자 결실 이제부터?

한화는 이 코치를 2012년부터 영입해 올해 정식 코치로 채용했다. 심리트레이닝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프런트가 이해한 결과다. 3년차인 올해부터 이 코치와 선수의 유대감이 단단해졌다고 기대한다. 심리코치를 채용한 구단은 한화가 유일하다.

이 코치는 “개인상담은 주전급보다 1.5군 위주로 한다. 선수들에게서 최적각성수준(Optimal Level of Arousal· 사람마다 각자 최고의 각성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을 끌어내려면 성공요인과 실패요인을 구분할 줄 알아야 된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경기일지를 쓰도록 권유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실수로 뒤범벅이 된 경기라도 스포츠심리학에선 0점은 없다. 성공요인이 반드시 있기에 그것을 스스로 찾아내고, 실패요인은 따로 기재해 반성해 그것이 쌓이면 언젠간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스포츠심리학에서 절망은 없다. 야구도 이젠 스포츠심리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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