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좌타자 잡는 좌투수? 결국엔 확률 싸움

입력 2014-04-1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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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 원 포인트 릴리프는 허상인가, 필수인가

지난해 원 포인트 릴리프 상황 297차례
62안타 47볼넷 10사구…타율은 0.266
현장선 좌투수가 이길 확률이 높다고 봐

김시진 “투수교체는 결과론…확률 신봉”
이명우 “단 1타자와 승부…볼넷은 금물”


공격이 타순으로 포석을 깐다면 수비는 투수교체로 응수를 한다. 소위 ‘지그재그(좌우타자를 섞는)’ 타선은 상대 벤치의 투수교체 타이밍을 어렵게 만들려는 게 큰 목적중의 하나다. 가령 좌타자∼우타자∼좌타자 순서의 타순에 직면한 상대팀은 좌투수 1명으로 그 이닝을 넘기고픈 유혹과 우타자에게 결정타를 맞을 위험 확률이 커지는 공포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박빙의 승부 경기 막판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때 수비 측에서 꺼내든 비장의 카드가 좌타자 1명만을 잡으라는 특명을 띠고 마운드에 오르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벤치 입장에서 불펜에 좌투수가 2명은 있어야 좋다”고 말한다. 좌타자∼우타자∼좌타자가 등장하는 승부처에서 좌완 1명을 원 포인트 릴리프로 소진하고, 우투수로 교체한 뒤, 다시 좌투수로 바꿔 지그재그 타선을 제압할 확률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팀들은 이런 용도로 좌완투수를 불펜에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좌우놀이’가 효과적인지를 놓고, 근본적 의문도 제기된다. ‘괜히 경기 시간만 늘리고, 수비진의 집중력만 떨어뜨리는 감독의 면피용 투수기용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 원 포인트 릴리프, 과연 효과 있나?

스포츠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해 지난해 원 포인트 릴리프의 데이터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297번의 상황이 발생했다. 결과는 233타수 62안타(4홈런) 47볼넷 10사구 48삼진으로 나타났다. 타율 0.266이라는 성적이 추출됐다. 4사구까지 합치면 피출루율은 더 올라간다. 그러나 데이터야 어찌됐든 현장의 절대다수 감독은 좌타자 상대로 좌투수가 올라갈 때 이길 확률이 커진다고 믿는다. 타격 매커니즘 상, 좌타자가 좌투수 공을 보기 까다롭다는 것이다. 또 당장은 안 그렇게 보일 수 있어도 결국엔 좌투수가 좌타자를 이기는 쪽으로 확률이 수렴된다고 본다. 롯데 김 감독은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결과를 모르기에 나는 확률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원 포인트 릴리프의 성공 조건은?

감독들이 원 포인트 릴리프의 필요성을 믿는 현실에서 그런 투수들은 존재의 이유를 갖는다. 롯데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명우는 지난 2년간 74경기씩 등판했다. 전문 원 포인트 릴리프는 아니지만 그런 용도로 자주 던졌다. 원래 선발 출신인 이명우는 팔꿈치 수술을 3번 받은 뒤, 많은 공을 던지기 힘들어졌다. 불펜 전환은 이명우에게 활로나 다름없다.

이명우는 “단 1타자만 막으러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이라면 절대 볼넷은 안 된다. 잘 맞아도 병살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타자와 붙어야 된다”는 정신을 강조했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구위보다 기 싸움이 먼저다.

또 불펜에서 몸을 빨리 풀수록 유리하다. 1경기에 불펜에서 4번이나 몸만 푼 적도 있었다고 한다. 1번 몸 풀 때마다 20∼30구를 던지니까 실제 투구수보다 훨씬 많은 공을 던진다. 그래도 이명우는 “자주 나와도 투구수가 적은 편이니 불펜투수의 수명이 더 길다. 가득염 선배(현 두산 투수코치)처럼 오래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 속에서 정작 원 포인트 릴리프가 장수하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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