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데이트] 이상민 “게으른 천재보다 노력하는 선수에게 기회 주겠다”

입력 2014-04-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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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2014∼2015시즌부터 팀을 이끌어갈 새 사령탑으로 이상민 감독을 선임했다. 이 신임 감독은 ‘변화와 리빌딩’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삼성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신부터 ‘감독 이상민’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로 결심했다. 용인|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삼성 새 사령탑 이상민감독

조성원 형·주희정, 엄청난 훈련으로 최고 우뚝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에겐 무조건 기회 줄 것
팀 리빌딩 위해 많은 선수들 바꿔야 하는 상황
이미 욕 먹을 각오…이름값에 치우치지 않겠다


서울 삼성 썬더스 프로농구단 이상민(42) 신임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직후부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코칭스태프 선임을 비롯한 스태프 구성부터 시작해 선수단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계약선수(FA) 및 외국인선수 선발까지 챙겨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워낙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보니 언론 인터뷰 요청도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저녁 삼성 농구단 숙소인 경기도 용인 삼성생명보험휴먼센터에서 만난 이 감독은 “며칠간 마음 놓고 밥도 못 먹을 만큼 바쁘게 보냈다. 감독에 취임했다고 마냥 좋지만은 않다.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팀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를 맞았다. 나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욕을 먹더라도 악역을 해야 한다”며 “누굴 막론하고 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팀을 떠나야 할 것이다. 이름값에 치우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감독 선임을 통보받은 뒤) 기대를 안 해서인지 얼떨떨했다”고 털어놓은 이상민 감독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통보받은 전날까지도 ‘김상식 감독에 이상민 코치로 다음 시즌을 간다’고 생각했다. 통보받은 직후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전임 감독들께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럽기도 했다. ‘감독이라는 자리에 너무 일찍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와 정신도 없고, 부담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스타 출신이라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된 그는 “요 며칠간은 어느 정도 일과를 마친 뒤 조용히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며 웃었다.


● 공격농구?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이상민 감독은 선수시절 공격성향이 강한 포인트가드였다. 빠른 몸놀림과 감각적 패스로 ‘컴퓨터가드’라는 별칭을 얻었고, 가드지만 포스트-업 공격까지 시도할 정도로 다재다능했다. 그의 선수시절 성향을 떠올려 감독으로서도 공격적 농구를 지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공격적 성향이 강한 것도 맞고, 좋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격농구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일단 팬들이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농구를 하겠지만, 팀 구성과 상대 특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필요하다면 경기 템포를 늦춰 지루한 경기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게으른 선수는 싫다!

농구선수로 엄청난 재능을 타고났던 이상민 감독은 어떤 스타일의 선수를 눈여겨볼까. 그는 노력형 선수들에게 좀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삼성에서 코치로 재직한 지난 2년간 훈련 때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듯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는 선수를 선호한다. 기술이 좋은 게으른 선수는 싫다.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에게는 무조건 기회를 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성원(43·SBS스포츠 해설위원)과 주희정(37·SK)을 예로 든 이 감독은 “(조)성원이 형은 고교시절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고의 슈터로 거듭났다. 주희정도 개인훈련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다”며 “그런 노력이 합쳐져야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 코칭스태프도 확실한 역할 필요!

이상민 감독이 사령탑에 취임한 뒤 처음으로 한 일은 스태프 미팅이었다. 코치가 선임되지 않아 일단 지원스태프만 모아 역할을 부여했다. 트레이닝파트에는 선수들의 체력훈련프로그램 전체를 일임했다. 스카우트팀에는 경기분석뿐 아니라 외국인선수 점검까지 제대로 된 스카우트 업무를 하도록 지시했다. 이 감독은 “코치를 선임하면 그들에게도 확실한 역할을 줄 것이다. 미국유학시절 대학농구팀을 봤는데 코칭스태프 미팅에 스카우트까지 들어오더라. 우리나라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게 변화의 시작이다”고 분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런 뒤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무조건 내가 지겠다”고 약속했다.

삼성 이상민 신임 감독은 연세대 시절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등 한국농구 최고의 스타로 각광을 받았다. 프로에는 KCC의 전신인 대전 현대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스포츠동아DB



● 욕먹을 각오하고 리빌딩!

삼성은 팀을 변화시키기 위해 젊은 사령탑을 탄생시켰다. 이상민 감독은 구단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팀 리빌딩을 위해 선수를 많이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선수와 코치로 삼성에 몸담으면서 현역 선수들과도 가까이 지낸 그는 이제 가까운 형이 아니라 확실한 감독으로 변신한다. 이미 구단의 방침을 일부 선수에게 구두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리빌딩을 위해 트레이드 등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일부분은 구단과 상의를 마쳤다”며 “내 성격과는 다르지만 때로는 냉정해야 하는 게 감독 자리다. 욕먹을 각오도 돼 있다”고 말했다. “워낙 정에 약하다”는 그는 “매몰차게 변신할 수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근성, 자신감, 팀워크가 키워드!

‘계약기간인 3년 이내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에 이상민 감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팀 우승’이라는 식상한 대답을 제외한 탓이다. 이 감독은 “KCC에서 삼성으로 팀을 옮겼을 때 은퇴까지 생각했다. 그러다 마음을 돌린 이유는 절실함 때문이다. ‘삼성에서 뭔가 하나라도 이뤄보고 코트 위에서 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절실함을 선수들이 갖게끔 해주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 감독은 또 “근성, 자신감을 갖게 하고 하나 된 팀이라는 생각을 일깨워주고 싶다. 만약 우승을 못하게 돼도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삼성이 많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 스승들의 장점을 내 것으로!

이상민 감독은 선수시절 대학팀, 프로팀, 대표팀에서 명장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기억에 남는 지도자도 많다. 이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이후 스승들의 장점을 되짚어보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있다. 이 감독은 “연세대 시절 최희암 감독님은 엄청 무서웠지만 중요한 경기를 앞두면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셨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읽고 움직이게 만들었던 부분은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KCC 시절 신선우 감독님은 ‘토털 바스켓볼’을 시작하시는 등 전술적으로 매우 탁월하셨다. 신 감독님의 전술 다양성도 내가 갖춰야 하는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용인|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이상민 감독은?

▲생년월일=1972년 11월 11일
▲키·몸무게=183cm·80kg
▲출신교=성북초∼홍대부중∼홍대부고∼연세대
▲프로선수 경력=현대(1998∼2001년), KCC(2001∼2007년), 삼성(2007∼2010년)
▲지도자 경력=삼성 코치(2012∼2014년), 삼성 감독(2014년∼)
▲프로통산 성적=581경기, 5675점, 3583어시스트(역대 2위), 1952리바운드, 881스틸(역대 3위)
▲ 주요 수상 경력=프로농구 정규리그 MVP 2회(1997∼1998시즌·1998∼1999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MVP 1회(2003∼2004시즌), 프로농구 베스트5 4회, 프로농구 올스타 베스트5 팬투표 9회 연속 최다득표(2002∼2010년), 1997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우승, 2002부산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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