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의 선물’ 최민철,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스틸’

입력 2014-04-26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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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의 선물’에서 ‘문신남’으로 활약한 최민철의 손목에서 문신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에 그는 “내 문신의 비밀은 스티커였다”며 “물로 쉽게 지워지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만나는 사람마다 ‘반전남’이래요!”

훤칠한 키,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강한 카리스마까지 배우 최민철(38)의 겉모습만 본다면 한 번쯤은 ‘움찔’할 법도 싶다. 하지만 그와 5분만 이야기를 나눠보라. 유머러스하고 다정다감한 그의 반전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22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서도 그의 반전 매력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극 중 수현(이보영)의 딸 샛별(김유빈)을 납치한 일명 ‘문신남’인 황경수 역을 맡은 최민철은 초반 악인의 면모를 보이다 마지막엔 마음을 돌이켜 인간적인 모습을 되찾고 훈훈한 결말을 맺었다.

“경수는 내 아이를 살해한 범인을 사형시켜주겠다는 조건에 복수심에 불타 샛별이를 납치하는 악행을 저지르죠. 하지만 아이를 키웠던 아버지로서 샛별을 보며 아들이 떠올랐을 거예요. 그래서 장난감도 사주고, 놀아주기도 하고요. 마지막엔 샛별이를 풀어주며 대신 희생한 인간적인 경수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최민철은 방송 내내 숨겨져 있었다. 그는 일종의 히든카드였다. 이에 제작진은 혹시라도 탄로 날라 그의 존재를 꽁꽁 싸맸다. 최민철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졌고 가끔은 목소리로만, 또 다른 날은 ‘네메시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율법의 여신) 문신을 한 손목만 나오기도 했다. 덕분에 ‘손모가지’, ‘문신남’ 등의 별명을 얻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짧은 등장에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등장할 때마가 잔상을 남겨 ‘신 스틸러’가 됐다.

“5회까지만 대본을 봤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야 필요한 정보를 들었어요. 극중 배역 이름이 ‘문신남’이라는 것과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감춰진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거기까지 듣고 촬영에 들어갔죠. 저도 제 역할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이어 그는 첫 촬영의 기억을 떠올렸다. 최민철은 1회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변호사 한지훈(김태우)에게 토마토를 던진 여자를 말렸던 남편 역으로 나왔다. 일명 ‘토마토 남편’이었다. 그는 “처음엔 ‘내가 이걸 왜 찍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촬영을 하며 토마토 남편이 결국 문신남 이었음을 깨닫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이 드라마는 오리무중이었어요.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될지 몰랐죠. 그래서 1회 때 만난 주인공 이보영 씨도 다음 촬영에서 절 보더니 ‘어, 토마토님이 왜 여기 있어요? 어머, 토마토님이 문신남이에요?’라고 놀라더라고요. 배우들도 드라마를 보며 범인 찾기와 인물 관계 파악하기에 정신없었을 거예요. 하하.”

극 중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문신남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13회에는 그가 대통령(강신일)의 경호원으로 드디어 모습을 나타냈다.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문신남’의 정체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고, 자연스레 그는 다음날 화제의 인물이 됐다.

“‘네가 문신남이었어?’, ‘네 이름이 검색어에 떴어!’ 등 연락이 오더라고요. 주변사람들에게 ‘신의 선물’에 출연한다는 소리를 못했거든요. 막상 정체가 드러나고 식당에 가니까 손님들이 ‘샛별이 좀 풀어주세요’라는 소리를 많이 하셨어요. 재미있기도 하고 기분도 좋았죠.”


한솥밥을 먹고 있는 조승우(기동찬 역)와의 호흡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하류인생’, ‘고고70’, ‘퍼펙트 게임’ 등에서 호흡을 맞춘 최민철은 이번 드라마에서 조승우와 빗속에서, 땡볕에서 혈투를 벌이며 액션 투혼을 펼쳤다. 그는 “치고받고 싸운 기억보다 이틀 동안 비 맞은 기억 밖에 없다”며 “게다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지붕위에서의 싸움은 무서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로 알게 모르게 챙겨주고 말장난도 주고받았어요. 아무래도 (조)승우가 방송은 저보다 더 잘 아니까 연기만 봐도 도움이 돼요. 승우는 분량이 많아서 밤샘촬영이 일쑤였어요. 차에서 1~2시간 자는 게 전부니까요. 촬영장에서 보면 후줄근한 추리닝에, 구멍이 뽕뽕 뚫린 슬리퍼를 신고 퀭한 눈을 한 채 있어요. 그러다가 촬영만 들어가면 어찌나 눈이 또랑또랑해지는지…. 진짜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최민철 역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베테랑 뮤지컬 배우다. ‘노트르담 드 파리’, ‘맨 오브 라만차’, ‘드림 걸즈’ 등 10년 이상을 무대에 오르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그에게 이번 TV 드라마는 새로운 세계였다. 밤샘촬영에, 짧은 시간에 대사를 외워야 하는 드라마 환경은 낯설기만 했다. 그는 너무 다른 환경 속에서 연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뮤지컬은 대사 한마디와 캐릭터를 위해 서너 달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잖아요. 그런데 드라마는 완전 달랐어요. 짧은 시간에 집중을 해서 대사를 외우고, 컨디션이 엉망이어도 최고의 연기를 보여야 하잖아요. 수많은 밤을 지새우고도 지치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스태프들도 마찬가지고요.”

이어 “힘들었지만 새로운 것을 경험하니 짜릿했다. 이번에 드라마를 하며 카메라, 조명 등을 이용하는 법을 제대로 알게 됐다. 게다가 감독님들이 가장 멋있는 각도로 잘 잡아서 찍어주니 좋더라”고 말했다.

“뮤지컬을 하면 보통 3개월간 똑같은 연기를 하잖아요. 점점 연기가 깊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감정이 없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거든요. 배우도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드라마는 대사와 상황이 매번 다르니 게을러질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최민철을 앞으로도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에 주력을 하겠지만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얻는 배움도 놓치고 싶지 않단다.

“이곳저곳에서 경험을 하고 견문을 넓히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이 여러 영역에서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하고요.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변화를 꾀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 생각해요.”

늘 카리스마 있는 역이나 악인으로 모습을 보인 그에게 순정파 로맨스를 추천하니 “보통 성격과 반대되는 역할을 잘 한다고 하지 않나, 내가 악인을 잘 하는 것 보면…”이라며 웃음과 함께 답변을 이어나갔다.

“희한하게, 요즘은 악역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땐 웃기는 역할이 좋았거든요. 남들 웃기는 게 그리 좋을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악역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순정파 로맨스 물로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환영입니다. 변신은 배우에게 늘 즐거운 일이니까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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