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박지연 “영혼과의 사랑…헤어나오기 힘드네요”

입력 2014-05-09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소현, 옥주현의 뒤를 이을 국내 뮤지컬계 여우주연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박지연. ‘레미제라블’에서 에포닌을 맡아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박지연은 지난해 11월부터 ‘고스트’의 여주인공 몰리로 살며 영혼과의 사랑에 빠져 있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 뮤지컬 ‘고스트’ 몰리 역 박지연

몰리는 에너지 빼앗는 무시무시한 배역
공연 끝나면 1시간 멍하니 앉아있곤 해

데뷔때부터 장기공연 많아 이제는 익숙
같은 공연이지만 새롭게 찾는 것 많죠


국내 뮤지컬계에서 박지연(26)은 보석같은 존재다. 김소현, 옥주현, 김선영, 조정은 등 스타 여배우들의 나이가 30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이들의 뒤를 이을 주연급 20대 신인 여배우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연은 2010년 ‘맘마미아’의 소피로 데뷔했다. 뮤지컬배우가 되어 무대에 선 지 4년. 그런데 생각보다 출연작은 많지 않다. 데뷔작 ‘맘마미아’에 이어 ‘미남이시네요’에 출연했다. 지난해에는 ‘레미제라블’에서 마리우스를 향해 애타는 사랑을 보내는 에포닌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요즘 출연 중인 ‘고스트’는 박지연의 4번째 출연작이다. 가수 겸 배우 아이비와 더블캐스팅되어 여주인공 몰리를 맡고 있다.


● 장기공연의 박지연…외국 스태프들이 사랑하는 여배우

박지연의 출연작이 적은 이유는 대부분 대작이고, 장기공연을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맘마미아’의 경우 2년이나 ‘소피’로 출연했다. ‘고스트’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몰리로 살고 있다. 그래서 ‘장기공연의 박지연’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렇게 한 공연을 오래하면 아무리 좋은 작품, 배역이라 해도 지겹지는 않을까.

“데뷔 때부터 장기공연을 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은 한 작품에 오래 집중하는 것이 좋다. 너무 길면 나름 곤란한 점도 있겠지만 1년 정도는 적당하다고 본다. 매일 같은 공연이지만, 공연을 하면서 새롭게 찾아가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박지연은 외국 스태프들에게 속된 말로 ‘잘 먹히는’ 스타일이다.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고스트’는 외국 라이선스 작품이기 때문에 외국 스태프가 오디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신인들의 ‘깜짝 캐스팅’이 이루어지곤 한다. 박지연은 ‘깜짝 캐스팅’의 최대 수혜자다.

“고스트는 정말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 원래 팝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고스트가 딱 그렇다. 음악이 좋아 국내에서 공연을 한다고 발표가 나기 전에 이미 노래를 다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일찌감치 ‘고스트’의 노래에 통달한 박지연에게 오디션은 편안한 관문이었다. 박지연은 “맘마미아 때도 그랬고, 왠지 외국 스태프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해외진출을 해야 하나 보다”라며 웃었다.


● 공연장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배우

‘고스트’는 패트릭 스웨이지, 데미무어가 주연한 1990년도 영화 ‘사랑과 영혼’의 뮤지컬 버전이다. 사고로 위장된 죽음을 당한 샘의 영혼이 연인 몰리의 곁에 머물며 그녀를 돕는, 아름답고 눈물겨운 러브스토리다.

몰리는 배우의 에너지를 대량으로 빼앗는 ‘무시무시한’ 캐릭터다. ‘위드 유’, ‘레인/홀드 온’과 같은 넘버도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감정의 굴곡이 엄청나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감정의 소모를 피할 수 없다.

박지연은 “공연을 할 때마다 진이 빠진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고 모든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는 커튼콜 때에는 ‘억지로 웃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단다. 그래놓고 분장실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곤 한다. 심지어 1시간이나 몰리의 감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날도 있다고 했다. 박지연은 고스트 출연배우 중 가장 늦게 공연장에서 퇴근하는 배우다.

마지막으로 박지연이 들려주는 고스트의 깨알 관람 팁.

“관객에게 샘의 영혼은 보이지만 배우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다. 그걸 감안하고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무심코 넘길만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고스트의 배경은 1980년대다. 배우들의 은근히 촌스러운 패션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예를 들어 은행지점장이 신고 있는 양말은 빨간색이다. 몰리의 의상도 보라-보라, 청-청, 검정-검정식의 깔맞춤이 많다. 요즘 그렇게 입으면 무척 촌스러워 보일 것이다(웃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