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개최된 짙은의 단독 콘서트는 5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진행됐다. 팬들은 오랜만의 만남에 설렘을 안고 600여석이 넘는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짙은은 현악 4중주의 웅장한 연주와 함께 이번 EP 앨범 ‘디아스포라:흩어진 사람들’의 ‘망명’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디셈버(December)’ ‘곁에’ ‘해바라기’ ‘Feel alright’을 조용하고 담담하게 부르며 절제된 감성의 미학을 선사했다.
짙은 콘서트의 또 하나의 묘미는 치고 빠지는 그만의 엉뚱한 개그. 그는 곡 중간 중간 농담을 던지며 사뭇 진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타파했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카네기 홀의 그것과 같다”고 하는 가하면, 2부 때 입고 나올 옷을 관객과 상의하는 등 친근함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sunshine’ ‘If’그리고 ‘나비섬’으로 1부의 끝을 알렸다. 그러나 콘서트에 공백은 없었다. 곧바로 4개의 분할된 화면에 파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재생됐고 짙은은 내레이션으로 관객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황경신 에세이 ‘밤열한시’를 인용하면서 그는 “우리 모두 하루가 48시간처럼 고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때론 잘못 탄 기차가 우리를 목적지로 인도해 주듯이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왔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나만의 이야기를 위해 계속 여행을 하자”라고 말했고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어 짙은은 이번 EP 앨범에서 가장 많이 사랑 받은 노래라고 소개하며 ‘안개’를 열창했고, ‘Hero’, ‘달’,‘Secret’,‘고래’를 들려주며 공연장을 그만의 따스한 온기로 감쌌다.
공연의 막바지에 다다르자 짙은은 관객들에게 스탠딩을 제안했다. 그는 “어떤 곡을 할 지 감이 오냐”고 물으며 기존 곡 이미지와 다르게 화려하고 경쾌한‘March’와 ‘Moonlight’를 불렀다. 그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춤을 추며 함성을 유도했다. 이후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에는 밴드 멤버들과 현악 4중주 단원들을 소개하며 ‘그녀’를 불렀다. 또 “힘든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도전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말과 함께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try’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후 객석에서 앵콜이 쏟아져 나오자 짙은은 지난 2008년 정규 1집에 수록됐던 ‘별, 달, 밤’을 부르며 “정말 많이 와주시고 환호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편, 짙은은 오는 6월 22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사운드홀릭 페스티벌 2014 EXIT X 젠틀몬스터’에서 이번 공연의 열기를 이어간다.
동아닷컴 정준화 기자 jj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권익도 대학생 인턴기자
사진|파스텔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