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린’ 현빈 “촬영장 발 딛는 순간, 행복했다”

입력 2014-05-28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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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습니다.”

2012년 12월 6일, 새하얗게 눈 덮인 경기도 화성 해병대 사령부에서 전역한 배우 현빈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게 울었던 현빈은 우리에게 영화 ‘역린’의 ‘정조’로 돌아왔다.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을 복귀작으로 택한 현빈을 만났다. 그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영화에 대한 아쉬운 소리를 듣고 수긍을 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털어놨다. 그렇게 그와의 60분 동안의 대화가 시작됐다.

제대 당시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하자 그는 “나도 그 때가 기억이 난다”며 “왠지 모를 눈물이 그냥 흘러내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군대를 다녀오니 연기자 생활의 소중함이 한층 깊어진 것 같아요. 군 생활을 하며 한 발 빠져 이 일을 접하니 ‘내가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그동안 제가 해왔던 일을 못하니 정말 하고 싶더라고요.”

연기의 갈망이 강했지만 그는 차분히 복귀작을 골랐다. 많은 출연 제의가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그런 현빈을 사로잡은 건 이재규 감독의 시나리오였다. 세계 팬 미팅 투어 중 받은 시나리오가 눈에 들어왔고 작품을 통해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시작을 하게 된 ‘역린’의 촬영 첫 날, 그는 왠지 모를 안도감과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현장 분위기를 느끼며 원래 있을 자리에 무사히 왔음에 감사했다.

“연기 자체가 하고 싶었나봐요. 촬영장에 발을 딛는 순간 행복했죠. 그토록 기다렸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마냥 기뻤어요. 박성웅(홍국영 역)선배는 제 설렘을 눈치챘는지 ‘빈아, 옆에서 내가 잘 받쳐줄게’라며 응원해주기도 했어요.”

‘제대 복귀 작품’, ‘첫 사극’, ‘흥행’이라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현빈은 그 부담을 잠시 뒤로 한 채 촬영장을 즐겁게 누볐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겐 큰 기쁨이었다.

“부담감은 별로 없었어요. 좋은 배우들이 출연해 오히려 의지했다고나 할까요? 하하. 선배님들이 많아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가 ‘정조’ 뿐 아니라 ‘상책’(정재영), ‘을수’(조정석)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는 거였어요. 그 점이 흥미로웠죠.”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혹평도 만만치 않았다. ‘역린’이 개봉되자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참담한 평가가 현빈을 향했다. 정조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과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현빈은 “이 영화는 처음부터 정조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마 내 복귀작이라고 강하게 비춰졌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실망감이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현빈의 활약은 빛났다. 첫 사극 작품이기도 했던 터라 초반부터 많은 준비를 했다. 승마부터 활쏘기, 그리고 일명 ‘화난 등근육’도 만들었다.

“정조를 표현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어요. 승마, 검술, 활쏘기, 게다가 몸도 만들어야 했고요. 활을 쏘면서 손가락에 물집이 많이 잡혔고, 말을 타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살아있는 생명체랑 같이 호흡한다는 게 어렵더라고요. (웃음)”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배우 정재영과의 인터뷰가 절로 생각났다. ‘역린’에서 상책 역으로 현빈과 호흡을 맞춘 그는 “현빈은 정말 재미없다. 이벤트를 해주는 달콤한 연인보다 진중한 남편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야 그의 말을 이해할 것 같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진중했던 현빈에게 정재영의 말을 건네니 그가 피식 웃고 말았다.

“제가 원래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게다가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하하. ‘컷’소리가 나도 맡은 인물에 쉽게 빠져나오지 못해요. 반면 정재영 선배는 현장에서 정말 재미있다가도 촬영만 들어가면 갑자기 진지해져요. 이번에 선배님의 연기를 보며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뭔가’를 얻은 기분이었어요.”

현빈에게 복귀작인 ‘역린’은 어떻게 기억될까. 그는 ‘역린’ 대사 중 하나였던 ‘중용’의 문구를 언급하며 “요즘 힘들 때 생각난다. 많은 분들이 작은 것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그 문구를 기억하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현빈은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앞으로도 드라마, 영화 등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든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빈이 당장 하고 싶은 것은 ‘휴식’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대 후 팬 미팅 등 스케줄을 참여하느라 거의 쉬지 않았다는 그는 “원래 여행을 가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는 성격”이라며 “아무도 없는 휴양지로 떠나 가만히 휴식을 즐기고 싶다”고 바람을 털어놨다.

그에게 슬쩍 연애에 대한 질문을 내놨더니 “연애, 꼭 해야 한다”고 눈을 반짝이며 솔로탈출을 희망하는 마음을 간절히 내비쳤다.

“잘 안 돼요. 외출을 잘 하지 않아서 그런가? 평소 집에 있거나 운동을 하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어요. 지인들에게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해도 소식이 없네요. 이상형이요? 이젠 의미가 없어요. 그냥 적절한 시기에 만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웃음)”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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