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과천선’ 김윤서 “김명민, 진짜 변호사처럼 보였다”

입력 2014-06-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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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방송분량이란 어떤 의미일까. 인지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자신의 연기력을 많은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량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특별출연 혹은 카메오로서 드라마에 짧게 모습을 드러내고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배우도 있다. 그리고 이들은 '신 스틸러'가 되어 시청자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다.

MBC 수목 드라마 '개과천선'(극본 최희라, 연출 박재범)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고 살인누명까지 쓴 정혜령 역을 맡은 김윤서 역시 짧은 등장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 채 극에서 물러났다.

"특별출연이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어서 좋았어요. 나오는 장면은 적었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꽤 힘이 드는 드는 캐릭터였었죠."

김윤서가 연기한 정혜령은 재벌가 아들의 후원을 받은 여배우이면서 동일 인물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캐릭터다. 여기에 김석주(김명민)의 변호로 인해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가 되어 나락으로까지 떨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우선 혜령이라는 캐릭터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여배우였는데 그런 일을 당했다는 상황이면 더 쉬웠겠지만 과거에는 재벌가의 후원까지 받은 전력이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조금씩 동정을 얻게 만들어야 했어요.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죠."


이렇게 만든 김윤서의 정혜령은 채정안이 등장할 때까지 '개과천선' 7회를 이끌었다. 때문에 그는 김명민이 연기하는 김석주의 기억상실 전후를 모두 경험하는 행운을 누렸다.

"(김)명민 선배와 법정에서 첫 촬영을 했을 때는 진짜 변호사가 같았어요. 극 중에서 혜령이를 문란한 여자로 몰아갈 때는 정말 화가 났었는데 나중에 석주의 변호를 받게 되잖아요. 그 때는 제가 '저런 변호사라면 진짜 도움을 받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든든하더라고요."

'개과천선'에서 실제 여배우면서 드라마 속 여배우를 연기한 김윤서지만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사진을 보고 '이 드라마 말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신의 생각이 맞다. KBS2 주말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아이유와 대립각을 세우던 최연아도 김윤서가 맡았던 배역이다.

"'최고다 이순신'은 여러 면에서 이슈가 많이 됐던 작품이에요. 그 이후에 인터뷰도 많이 하고 활동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많이 아쉽네요. 그래도 이미숙 선배님하고 많이 붙어서 연기를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그는 선배인 이미숙을 두고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연기만 생각하는 분"이라고 평했다. 이어 "미소를 보이는 것조차 디테일 하게 설정을 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쩌면 '개과천선'을 통해 보내주신 호평도 '최고다 이순신' 때보다 연기력이 조금 나아져서 좋아해 주신 게 아닐까요. 제 스스로도 전보다는 생각이 많이 넓어졌어요. '배우니까 예능은 안돼'라는 생각보다 '더 가까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화려한 이미지도 조금 풀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바뀌게 됐어요."

화려하고 강한 역만 맡던 여배우 김윤서는 의외로 욕심이 적었다. 그는 이유 없이 조급해 하지 않았고, 당장 단 하나의 작품으로 톱스타가 되는 꿈도 꾸지 않았다.

"20대 초반에는 어느 직업이나 '뭔가를 이뤄내야 해'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다들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고 해요. 그리고 선배님들이 길을 잘 닦아주셔서 여배우 수명도 많이 길어졌잖아요? 오히려 전 지금보다 시간이 흘러 아줌마가 된다고 해도 연기만 잘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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