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선동열 감독(오른쯕).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김응룡-선동열감독 후유증에 쓴웃음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KIA와 한화 선수단은 모두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KIA 선동열(51) 감독은 “어제 같은 경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백전노장 한화 김응룡(73) 감독조차 “내 평생 그런 경기는 처음이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날 한화가 9회초에 4점을 뽑아 16-15로 승리했지만, 양 팀은 1회 시작부터 득점 공방전을 벌이더니 4시간 53분간 뒤엎고, 되치고, 다시 뒤집기를 반복했다.
양 팀 모두 투수 9명씩을 썼다. 18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역대 한 경기 최다 타이기록.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저쪽 이대진 투수코치가 나보다 한 번 더 등판했다. 투수 교체 횟수는 같았지만 이 코치가 투수한테 한 번 더 얘기를 하러 나갔다. 내가 졌다”며 씁쓸하게 농을 던졌다. 그러나 농담 속에 뼈가 있었다. 한화나 KIA나 약한 팀 마운드 사정상 1군 메인 투수코치로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양 팀은 12일 선발 예정이던 김진우와 안영명까지 마무리로 기용하는 초강수를 두기까지 했다. 제자인 선 감독이 선제포를 쏘자, 스승이 ‘이에는 이’로 되받아쳤다. 승부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제간의 혈투’였다. 김진우를 올리고도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선 감독은 “김진우 본인이 던지겠다고 해서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용하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김진우를 보니까 팔이 안 풀린 것 같더라. 우리는 9회초 역전할 때 안영명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했다. 안영명이야 원래 선발도 던지고 불펜에서도 던지던 투수 아니냐”며 웃었다.
일주일을 시작하는 화요일 경기에 마운드 백병전을 치렀기에 후유증도 크다. 양 팀은 결국 11일 마운드를 개편했다. KIA는 한승혁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박경태를 올렸다.
선 감독은 컨트롤이 불안한 한승혁에 대해 “아무래도 1군에서 쓰기는 그렇다. 2군에 내려가 선발로 던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선발등판해 2.2이닝 7실점으로 난조를 보인 김병현에게는 “한 번 더 선발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한화 역시 이날 퇴출을 결정한 외국인투수 클레이와 함께 황재규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조영우와 김기현을 1군으로 불러올렸다.
광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