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해설 사심 리뷰] SBS 차범근, 땀에 젖은 뜨거운 해설

입력 2014-06-1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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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배성재-차두리(왼쪽부터). 사진제공|SBS

명색이 스포츠신문 기자라면서 축구 중계방송이라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마치 시류에 편승하듯 열기가 고조되고서야 ‘아! 봐야하는구나’ 깨닫나보다. 월드컵 파견 취재가 아니라면 축구의 ‘축’자에도 관심이 없을 것 같은 3인의 여기자들. 이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미지의 신세계’요, ‘호기심천국’이었을, 18일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 중계방송에 ‘감히 사심(私心)’의 눈을 들이댄다.


● SBS

열정의 ‘차붐’.

90분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때로는 부드럽게 드리블하듯, 때로는 강력한 슈팅으로 휘몰아치듯 선수들과 축구 팬들을 몰고 다녔다.

경기 전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하이톤을 내뱉는가 하면, 배성재 캐스터가 “차두리 해설위원은 ‘뽀송뽀송’한데 차범근 위원은 흠뻑 다 젖었다”고 말할 정도로 차범근은 경기가 끝난 뒤 머리와 셔츠가 땀으로 흥건했다.

열정의 소유자, ‘진격의 해설가’인 그는 그동안 월드컵 중계에 있어 뚜렷한 적수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강력한 도전자들이 나타나면서 위협(?) 아닌 위협을 받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그들의 반격에 당황하지 않고 차 위원은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지나치게 차분하다는 지적에는 ‘속사포 랩’을 연상하듯 빠른 해설로 압도했다. 지루하다는 지적까지 물리친, ‘1타2피’다. 배성재 캐스터와 차두리까지 끼어들 틈이 없다. 뛰어난 분석력으로 국가대표급 해설을 자랑하는 만큼 경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한국팀은 물론 러시아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까지 쉽게 설명해 주었다. 가끔 어려운 단어나 전문용어를 사용할 때는 차두리와 배 캐스터가 부연 설명을 곁들여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독설을 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선수들을 감싸는 차 위원만의 방식인 ‘따뜻한 해설’도 돋보였다. 슛이 빗나가면 자신도 모르게 “아! 아깝다”며 탄식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다독거리는 모습은 마치 아버지의 그것이었다.

역시 누가 뭐래도 구관이 명관이다.


■ 한국-러시아전 중계 말말말

배성재 “산유국 기름손 골키퍼”


“러시아가 산유국이다. 골키퍼가 기름손이라 놓친 것 같다.”(배성재)
(이근호가 찬 공이 러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의 손을 터치한 뒤 골로 이어지자)

“몸보신이라도 해야겠어요.”(차범근)
(중계 후 그라운드를 뛴 것처럼 옷이 땀으로 흠뻑 젖자)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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