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브라질 24시] 알제리전은 추위와의 전쟁? 용의주도한 태극전사들

입력 2014-06-2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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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 동아일보DB

알제리전 열릴 포르투 알레그리 아침 기온 10℃ 이하
남아공대회 경험 살려 방한장비 공수, 온열매트도 챙겨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선수들은 쌀쌀한 날씨 어떻게 대비?

‘홍명보호’가 러시아와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치렀던 쿠이아바는 몹시 무더운 도시입니다. 요즘 남반구는 분명 늦가을, 겨울의 초입인데도 지난 주말 호주-칠레의 B조 1차전을 보기 위해 제가 처음 쿠아이바를 찾았을 때의 한낮 기온은 섭씨 32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습도도 굉장히 높았고요.

그런데 포스 두 이구아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훈련하던 홍명보호가 쿠이아바에 입성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잠시 더위가 사라졌습니다. 물론 낮 최고 기온은 섭씨 30도에 육박했지만, 호주-칠레전 때 느꼈던 불쾌감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특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과연 이곳이 내가 경험한 쿠이아바가 맞나’란 의문이 들 정도였죠. 현지인들도, 지역언론들도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이상 저온”이라며 고개를 갸웃했을 정도니까요.

솔직히 날씨가 더울수록 우리에게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홍명보호가 브라질 입성에 앞서 미국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이유도 1차전 장소인 쿠이아바의 더위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다행히 경기 당일의 날씨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러시아-한국전이 킥오프된 시각(쿠이아바 현지시간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18일 오전 7시)의 기온은 섭씨 27도였습니다. 습도도 꽤 높았습니다. 러시아 선수들은 한결같이 “정말 더웠다. 한참 동안 날씨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렇게 부담스러운 첫 경기를 치른 홍명보호는 이구아수로 복귀해 알제리와의 2차전 준비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숙제가 생겼습니다. 러시아전이 ‘더위와의 전쟁’이었다면, 알제리전에선 ‘쌀쌀함과의 전쟁’도 예상됩니다. 한국과 알제리가 격돌할 포르투 알레그리는 요즘 상당히 춥다고 합니다. 특히 아침에는 10도 이하의 날씨가 연일 이어진다고 하네요. 오후에는 그나마 기온이 많이 오른다는데,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할 듯합니다. 일교차가 크면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까요.

다행히 우리 대표팀의 준비는 치밀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남반구의 월드컵이지만, 4년 전 남아공대회 때 이미 한 차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던 터라 유니폼과 훈련복뿐 아니라 일상복도 하계용과 동계용으로 두루 챙겨왔거든요. 2년 전 런던올림픽 때 톡톡히 효과를 봤던 온열매트도 공수해왔으니, 추위와의 전쟁은 문제없겠죠?

‘사우나에서 냉탕으로’ 이동하는 태극전사들이 아마 스산함을 느낀다면,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선수들은 그보다 더한 기분이 들 겁니다. 게다가 우리처럼 ‘용의주도하게’ 준비해오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설사 대비했다고 하더라도, 온열매트까지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자,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23일 새벽, 기분 좋은 승전고가 울리길 기대합니다.

이구아수(브라질)|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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