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리남’ 김보성이 이 시대 초식남들에게 던진 일갈(一喝)

입력 2014-06-22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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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월드비전

○식혜 CF, 콘티 볼 때만 해도 멋있는 광고인 줄
○의리 알릴 수 있다면 희화화 되도 상관없다

드라마와 영화, 가요에 이르기까지 현재 쏟아지는 모든 콘텐츠들은 지겹게 사랑 타령을 한다. 마치 연인들의 사랑과 이별이 인생이 전부인 것처럼. 하지만 다른 인생 선배들의 말처럼 사랑만으로는 밥을 먹고 살 수 없으며, 이것보다 가치있는 단어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인터뷰에서 만난 김보성이 귀에 가시가 박힐 정도로 외치는 의리라는 키워드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은 것도 사랑 타령이 지겨워지기 시작할 무렵이다.

"요즘 많은 분들이 저를 보면 의리라고 외쳐 주십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게 바라는 정의의 시대에 다가서기 시작한 것 같아서 고무적입니다."

그의 말대로 요즘은 방송가 곳곳에서 의라는 단어를 외치고 있다. 의리라는 단어의 역사를 참으로 오래됐지만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입에 공개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이 열풍의 이면에는 인터넷 패러디와 한 식혜 음료의 광고가 큰 역할을 했다.

"처음에 광고 콘티를 봤을 때는 멋있는 영상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름 진지하게 촬영을 했는제 코미디로 나올 줄은 몰랐죠. 블랙 코미디 풍의 광고가 됐지만 그래도 정말 기쁩니다. 그 덕에 초등학생과 중고생은 물론, 어르신들도 저를 보면 의리를 외쳐줍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습니다."

비록 한 광고 영상과 김보성의 뚝심이 합쳐진 의리 열풍이라곤 하지만 그 기세는 심상치 않다. 일회성 유행어로 머지않아 사라질 기미가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보성은 "그동안 많은 분들이 지쳐 있었고 힘들어 했다. 그래서 이 의리라는 말이 위로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의리 열풍의 원인을 진단했다.

의리와 정의, 가슴 뛰는 말이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가치라서 안타깝고 애잔하다. 그래서 때로는 김보성이 끊임없이 외치는 그 말이 허세처럼 들렸고, 그가 현실과 동 떨어진 기인(奇人)처럼 보였다.

"의리를 알릴 수 있다면 제가 희화화 된다고 해도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의리란 무엇인가를 장황하게 설명해 봤자 공감이 안갈테니 이미 30년 전에 액션 배우로서 영화를 통해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중매체에서는 의리와 정의를 알려야 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때로는 손해도 봤지만 그 때마다 제 나름의 철학과 신념이 생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의리를 외치며 살아온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김보성은 "터프가이는 누구보다 서민적이고 소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힘 세고 주먹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서민들의 애환과 슬픔을 가슴에 담을 수 있어야 터프가이기 때문에 이들은 남들보다 더 여린 사람일 수 밖에 없다"는 굳건한 소신을 밝혔다.

"실패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그건 절대 끝이 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어차피 물질이 중요시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이기 때문에 더 신념이 필요하죠. 확고한 신념 아래 개인의 욕심을 버리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사명감이 생깁니다.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들을 더욱 겸허한 자세로 많은 분들에게 알리는데 헌신하겠습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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