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gozo)한 브라질] 국가 제창 90초 룰…브라질 관중들 반주 없이 완창 감동

입력 2014-06-2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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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네이마르.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경기 진행상 90초 내 제창 제한 무색
칠레 팬들도 완창…자국 선수들 응원

프랑스 국가, 음향시설 고장 등 수난
코트디부아르 선수 ‘폭풍 오열’ 눈길

축구는 글로벌 스포츠지만, 월드컵은 민족주의를 먹고 성장한다. 평상시 잠재해있던 애국심이 폭발하는 순간이 바로 경기 직전 국가를 제창할 때다. 이때만큼은 좌파도, 우파도, 무당파도 모두 자기 나라의 깃발 아래 뭉친다.


● 관중이 선수를 감동시키는 브라질 국가

국제축구연맹(FIFA)은 국가 제창에 대해 ‘90초 룰’을 적용한다. 국가의 길이가 천차만별이어서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90초 내로 편집하도록 각국에 요구한다. 그런데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의 국가는 ‘풀 버전’이 무려 4분이다. 전주만 20초에 달한다. 이 때문에 90초짜리 국가는 부르다 만 것과 같은 기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90초짜리 국가가 끝나는 순간, 놀라운 반전이 이어진다. 시간 관계상 잘려나간 부분을 관중들이 반주도 없이 합창하는 것이다. 브라질 골키퍼 줄리우 세사르(35·토론토)와 중앙수비수 티아구 실바(30·파리 생제르망)는 “선수와 관중이 일체감을 느끼는 대단한 순간”이라고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칠레 응원단도 90초가 지난 뒤에 무반주 국가 제창을 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칠레도 호주와 스페인을 연파하고 16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 바람 잘 날 없는(?) 프랑스 국가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는 대혁명을 기념해 1792년 만들어졌다. ‘그들(폭군)의 더러운 피가 우리의 밭고랑을 흐르게 하자’는 꽤 과격한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 국가가 난데없이 논쟁의 중심에 섰던 때가 1998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였다. 프랑스가 이민자 출신들을 대표팀에 받아들여 다국적 군단을 결성하자, 극우정당에선 “그들이 ‘라 마르세예즈’의 가사나 알고 따라 부를 수 있겠는가”라고 비아냥댔다. 프랑스가 우승을 차지하자 비판도 쏙 들어갔다. 프랑스 국가는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수난(?)을 겪었다. 16일 온두라스전을 앞두고 경기장 음향시설이 고장 나는 바람에 연주되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프랑스는 온두라스와 스위스를 연파하고 1998월드컵 우승 당시의 분위기를 내고 있다.


● ‘밋밋한’ 스페인 국가가 16강 탈락의 이유?

스페인 국가는 왕정국가답게 ‘왕의 행진’이란 곡이다. 이 곡에는 가사가 없다. 작곡자도 미상이다. 가사 없이 음악만 흐르는 ‘밋밋한’ 국가 탓이었을까. 4년 전 남아공월드컵 우승국이자, FIFA 랭킹 1위가 무색하게 스페인은 네덜란드와 칠레에 연패를 당하고 ‘밋밋하게’ 탈락했다. 국가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더 있다. 코트디부아르의 세레 디(30·바젤)는 20일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국가가 연주될 때 조국을 위해 뛰는 벅찬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려 감동을 선사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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