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장기계약,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입력 2014-08-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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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스포츠동아DB

NC 찰리 2년계약 후 달라진 행동 눈살
용병 뺏기지 않기 위한 편법의 부작용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월 ‘외국인선수 연봉 30만 달러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사실상 아무도 지키지 않는 규정을 현실에 맞게 바꿔나가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편법은 남아있다. 장기계약이다.

한국프로야구에 진출하는 상당수 외국인투수들은 일본프로야구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한국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많은 외국인투수들이 일본에서 최고 수 십 억원의 연봉 제안을 받았다.

각 팀은 정상급 외국인선수를 일본에 뺏기지 않기 위해 규약상 금지된 ‘다년 계약’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역시 편법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코치 출신 한 해설위원은 “두산 니퍼트처럼 성공사례도 있지만 다년계약은 독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말 안 듣고 컨트롤이 어려운 외국인선수들이 대 놓고 자기 맘대로 행동하게 된다”며 “NC 찰리도 지난해까지 성격하나는 진국이라는 칭찬이 따랐지만 다년 계약을 맺고 달라졌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찰리 쉬렉(28)은 지난해 리그 방어율 1위(189이닝 2.48)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고 높은 친화력에 겸손한 어투로 팀을 사로잡았다. 당장 일본프로야구 리그에서 관심을 보였다. NC는 찰리의 애인을 초청해 지극정성으로 대접하는 등 재계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재계약 성공의 결정적 조건은 2년, 장기 계약이었다.

찰리는 계약 후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식사시간과 훈련 스케줄이 바뀌었다는 말에 크게 화를 내다 동료 에릭 테임즈가 “그 정도는 우리가 협조해야 하는 게 맞다”고 가로 막은 일도 있었다. 장기 계약 때문인지 팀의 에이스로 자부하며 스스로 자신의 위상을 바꿨는지는 본인만이 알지만 분명 달라진 부분이다. 찰리는 그나마 장기계약 후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많았다.

정 반대로 장기계약을 통해 꾸준히 안정적인 성적으로 보답한 경우도 있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는 옵션이 포함된 3년 장기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퍼트는 최근 작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2011년 이후 계속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외국인선수지만 투수조 미팅을 소집하는 등 든든한 고참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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