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 “흥행 신기록…이순신 리더십 그리워 터진듯”

입력 2014-08-2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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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에 이어 또 다시 ‘대박’ 흥행을 터트린 김한민 감독. ‘명량’에 이어 ‘한산’과 ‘노량’에 이르는 이순신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사진|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2000만 돌파 대도전 ‘명량’ 김한민 감독

“어릴적부터 ‘이순신 영화’ 꿈 꿔와
영화 제작, 흥행 질주도 모두 천행
‘한산’ ‘노량’은 교통 정리 후 제작
100억 수익? 허수 많은 액수 하하”

“기상천외한 흥행 실감 안나
일단 무심한듯 바라볼 뿐”


“지금 이 속도도 내게는 기상천외한 일이다. 그러니 묻지 말아 달라.”

김한민 감독에게 ‘명량’이 과연 20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는지 묻자 돌아온 말이다. ‘명량’ 신드롬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각’과 그의 ‘체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상천외하다”고 표현한 ‘명량’의 흥행세를 그는 “아직 온전히 받아들지 못했고” 그래서 “일단 무심한 듯 보고 있다”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한민 감독을 만났다. 당초 일주일 전 진행하려던 인터뷰를 연기한 뒤였다. 지병이 도져 병원 신세를 진 탓이다. 충격에 가까운 흥행이 불러온 ‘부담’으로 몸이 먼저 탈이 났다.

그에게 불가사의한 흥행 신드롬의 ‘원인’부터 물었다.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 연출한 이로부터 직접 ‘정답’을 듣고 싶어서였다.

“이순신의 리더십! 그의 리더십이 그립고, 지금 부재하니까. 더불어 우리가 알고 있지만 자세히 몰랐던 이순신이 우리 가슴으로 와 닿았다.”

왜 이순신을 택했을까.

“내가 태어난 곳이 전라좌수영 근처다.(김 감독의 고향은 전남 순천이다) 어릴 때부터 이순신에 대해 많이 듣고, 주변에는 그분의 흔적도 많았다. 이순신에 체화돼 있었다고 할까. 언젠가는 이순신 영화를 해보면 좋겠다는 본능이 있었다. 물론, 과연 내가? 의구심도 있었고. 고루하거나 고답적이지 않길 원했다. 젊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해전을 택했다.”

오직 이순신에게만 집중한 정공법이 관객과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일단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컴퓨터 그래픽이 많아서 어떻게든 관객이 몰입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자칫 그래픽 장면에 관객이 조소하거나 냉소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완성도만 따졌다. 그러다보니 편집할 땐 누군가 ‘유머 하나 없는 영화’라고 하더라.(웃음) 그래도, 없으면 또 어떤가.”

그는 인터뷰 도중 종종 ‘난중일기’ 내용을 인용했다. 가령 “난중일기 음력 9월16일자를 보면 ‘천행’이란 단어가 두 번 나온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그의 뇌 구조를 그려본다면 ‘이순신’이 적어도 80% 이상 비중을 차지할 것 같아 보였다.

영화에서 이순신은 승리를 만든 ‘천행’을 백성의 공으로 돌린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명량’ 흥행의 천행을 어디에서 찾을까.

“모든 게 하늘이 내린 행운이다. 김한민이란 사람이 이순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난 것. 그리고 관객들이 봐주는 지금까지.”

‘명량’ 흥행과 더불어 미리 예고된 후속편 시리즈에 대한 관심 역시 높은 상황. 김 감독은 다음 시리즈인 ‘한산’ ‘노량’에 대해서도 열정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각 전투마다 남다른 의미와 특징이 있다. ‘한산’은 처음 적과 만난 이순신의 전투다. 광의적으로 보면 임진왜란의 첫 승전보다. 체계적인 조선 수군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학익진, 그 화룡정점인 거북선이 있다. ‘노량’에선 장군님이 돌아가신다. 아마 관객이 펑펑 울지 않을까. 노량은 동북아 최고의 해전이다.”

그렇지만 당장 ‘한산’ 제작을 시작할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김 감독은 일제강점기 독립투사의 이야기를 그리는 또 다른 영화도 함께 구상 중이다. 그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할 영화가 많아 ‘순서’를 정해야 하는 입장. 1500만 흥행을 이룬 감독의 현재다.

또 다른 면에서도 그는 화제다. ‘명량’의 제작자이기도 한 덕분에 흥행에 따라 약 100억원 안팎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돈’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허수가 많은 액수”라며 ‘선수’를 쳤다.

“그 부분(수익)에 대해서는 조금 직설적인 답을 피하면 어떻겠느냐. 버는 돈은 분명 있다. 그 돈을 의미있게 썼으면 하는 뜻도 있다. 영화 개발과 투자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 것도 같다.”

김한민 감독은 곧 극장에 찾아가 ‘명량’을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4DX버전으로다.

“관객 후기를 보니 물 맞으며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더라. 나도 정말 궁금하다. 하하!”


■ 김한민 감독은?

1969년생.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동국대 대학원에서 연극영화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과 각본상 수상. 2009년 ‘핸드폰’을 거쳐 2011년 ‘최종병기 활’로 747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사극 영화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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