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커쇼 완투패’ 선봉장 고메스 “그와의 대결 즐겼다”

입력 2014-08-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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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고메스.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메이저리그 ‘최고투수’라는 찬사를 받는 클레이튼 커쇼(27·LA 다저스)가 빅리그 데뷔 후 첫 완투패를 당했다.

커쇼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밀워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5피안타 3실점의 역투를 펼쳤지만 팀이 2-3으로 패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6월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부터 이어 오던 11연승 행진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이날 ‘거함’ 커쇼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는 톱타자로 나선 카를로스 고메스(29). 고메스는 4회 2루타로 출루한 뒤 후속 라이언 브론(31)의 투런 홈런 때 홈을 밟았고 2-1로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6회에는 커쇼로부터 솔로포를 뽑아내며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의 맹활약.

고메스는 경기 후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기록보다 팀이 승리해 기쁘다. 내일 경기도 승리할 수 있도록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메스는 이어 “리그 최고 투수(커쇼)를 상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 역시 좋은 타자이고 경쟁을 즐기는 편”이라고 당당한 소감을 밝혔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고메스는 16세 때인 2002년 뉴욕 메츠에 입단하며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입단 초부터 ‘5툴 플레이어’로 주목 받았고 5년 뒤인 2007년 5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고메스는 21세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어린 선수였다.

하지만 고메스는 뉴욕 메츠가 사이영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리그 최고투수 요한 산타나(은퇴)를 영입하는 대가로 2008년 1월 미네소타로 트레이드 됐다.

이적 후 미네소타 최고 유망주들을 제치고 중견수 자리를 꿰찬 고메스는 당시 감독으로부터 ‘고고(Go-Go)’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기대를 받았다. ‘고고’는 그의 빠른 주력과 성(姓)의 앞 글자를 조합한 것. 고메스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2008년 5월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를로스 고메스. 동아닷컴DB

미네소타에서 두 시즌을 뛰며 빅리그 풀타임 선수로 자리매김한 고메스는 내야수가 절실했던 팀 환경 때문에 2010년 밀워키로 트레이드 됐다. 이후 고메스는 밀워키에 없어서는 안될 주축 선수로 성장, 공수양면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고메스는 ‘5툴 플레이어’답게 빅리그 데뷔 후 매년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고 있고, 2012년부터는 매년 두 자릿수 홈런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타율 0.284 24홈런 73타점 40도루를 기록하며 빅리그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고메스는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셔널리그 올스타로 선정됐고 작년에는 포지션 별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골드 글러브 상도 수상했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다저스와 맞붙을 가능성이 큰 밀워키 주축선수 고메스를 최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고메스와의 인터뷰는 밀워키와 다저스의 3연전이 열리기 전 가졌다.

다음은 고메스와의 일문일답.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좋다. 특히 올 시즌 우리 팀 성적이 좋아서 매우 기쁘다. 지난 이틀간 팀이 배려해 줘서 휴식차원에서 경기에 나가지 않았다. 오늘은 뛸 줄 알았는데 하루 더 쉬라고 해서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아 받아들였다. 이 점을 제외하면 아픈데도 없고 몸 상태도 매우 좋다.”

-홈런이나 타율 등 올 시즌 개인목표가 있다면?

“지금은 개인 성적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오로지 팀 승리에 주력할 뿐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 확정된 후에는 홈런이나 도루 등 개인 기록이 눈에 들어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나름 욕심을 부려 보겠다. 하하.”

-어렸을 때 야구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롤모델은 누구였나?

“아버지가 내 롤모델이었다. 아버지의 관심과 배려 덕에 어려서부터 농구, 육상, 킥복싱 그리고 가라데 등 다양한 운동을 하며 성장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내게 야구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셨는지 야구에 좀 더 집중하고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돌이켜보면 아버지 덕에 빅리그 선수가 됐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늘 감사하고 아울러 그에게 자랑스런 아들이 되어 나 역시 기쁘고 행복하다.”

카를로스 고메스. 동아닷컴DB

-자신만의 빅리거로서의 성공 비결이 있다면?

“우선은 열심히 하는 것이다. 단 열심히 하되 야구장에 올 때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와서 동료들과 즐겁게 운동하고 경기도 즐기면서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것 같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힘들고 나쁜 일도 생긴다. 그 때 25명의 동료들과 얼마나 좋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나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너무 많다. 빅리그 데뷔 첫 해 결승 득점을 기록했을 때도 기뻤고, 2011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도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가장 행복했을 때는 작년에 올스타전에 처음 출전했을 때 도미니카에서 가족 모두가 나를 보기 위해 미국에 왔을 때이다. 어려서부터 상상한 일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아직 젊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행복을 이 곳 메이저리그에서 만들어 가고 싶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빅리그 데뷔 초창기 때가 힘들었다. 당시 생각대로 경기가 안 풀리는 등 슬럼프도 많았고 게다가 부상까지 당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시련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 것 같다.”

-빅리그 투수 중 가장 까다로운 투수를 꼽자면?

“(웃으며) 너무 많아서 그들의 이름을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언더핸드 투구폼을 가진 투수를 상대하는 게 어렵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원정 때는 주로 숙소에서 쉬는 편이고 홈에서 맞는 쉬는 날은 항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특히 낮에는 만사 제쳐두고 두 아들을 데리고 공원에 가서 야구도 가르쳐 주면서 놀아준다. 잘 알겠지만 빅리그 선수들은 시즌 중 집을 비우는 일이 많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생기면 늘 가정에 충실 하려고 한다. 물론 저녁 때는 아내와 함께 외식을 하는 등 아내에게도 잘 하려고 노력한다.

오프시즌에는 고향인 도미니카에 가서 그 곳에 있는 가족, 친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즌 중 쌓였던 그리움도 푼다. 운동 선수는 가족과 운동에만 충실해야 사고를 안 칠 수 있다. 하하.”

카를로스 고메스. 동아닷컴DB

-당신 아이들도 장차 야구선수가 되려고 하지 않나?

“큰 애가 다섯 살인데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 하지만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아들에게 야구를 하라고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야구 선수가 된 것처럼 만약 내 아들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시키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강요할 생각은 없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운동을 접하다 보면 야구나 다른 운동 등 분명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것이다.”

-별명이 ‘고고’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별명은 없나?

“‘고고’ 외에 동료들이 ‘포트로(potro)’라고 부른다.”

-스페인어 같은데 무슨 뜻인가?

“‘포트로’는 스페인어로 망아지를 뜻한다. 특히 건강하고 잘 달리는 등 품종이 우수한 어미에게 태어난 망아지를 가리킨다.”

-그만큼 당신이 신체적 조건이나 주력이 좋다는 뜻인가?

“(웃으며) 아마도? 하하.”

-식성은 어떤가.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편이다.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보다 매일 또는 상황에 따라 머리에 떠 오르는 음식을 찾아 먹는다. 예를 들어 오늘 고기가 먹고 싶으면 고기를 먹고 생선초밥이 생각나면 맛있는 초밥 집을 찾아가는 등 뭐든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끝으로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야구에 대한 열정은 물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야구는 쉽지 않은 운동이다. 그래서 하다 보면 분명히 주위에서 ‘넌 안돼’라는 부정적인 말을 들을 수도 있다. 부정적인 말을 듣더라도 절대 흔들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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