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야구, 29년만에 WS 신화를 쓰다

입력 2014-08-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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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그룹 일본 12-3 완파…세계리틀야구 결승전 진출

최해찬 적시타… 2회만 7점 승기 잡아
홈런 때마다 번개 세리머니 하며 자축
“일본 의식 보단 야구니까 이기려 했다”

“비록 집에 돌아갈 때는 한 팀만 우승컵을 안고 돌아가겠지만 여러분 모두는 챔피언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월리엄스포트에서 벌어진 제68회 세계리틀야구(12세 이하) 월드시리즈에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로 출전한 한국선수들은 미국에 도착하자 조직위원회 관계자들로부터 이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승패를 떠나 우리 야구 꿈나무들 모두가 특별한 경험을 안고 가기를 기원한다고 했지만 한국을 대표한 어린 선수들은 이미 챔피언이 되었고 상상을 초월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 “장하다, 얘들아!” 3연패 노리는 강적 일본을 두 번이나 격파

24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국제그룹 결승전에서 한국은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일본을 12-3으로 대파하고 29년만의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뒀다. 한국은 15일 발렌티어 구장에서 벌어진 체코와의 공식개막전에서 체코를 10-3으로 이겼고 18일 2차전에서 푸에르토리코를 8-5로 누른 뒤 21일 예선 3차전에서 일본을 4-2로 이겼다. WBC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대회 스케줄에 따라 일본은 멕시코와의 패자부활전을 이기고 다시 한 번 한국과 맞섰다.

그러나 에이스 다카하시 도쿠마와 다케우치 렌이 투구제한으로 등판할 수 없어 한국의 우세가 예상됐다. 이번 대회 선수들과 동행하며 팀 통역을 맡고 있는 서울대 베이스볼아카데미 사무국장 이알참 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 승리를 예상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2회 상대 선발 후지마쓰의 컨트롤 난조를 틈타 1사 만루를 만든 뒤 최해찬의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안동환의 밀어내기, 신동완의 3타점 적시타 등으로 7점을 뽑아 사실상 승패를 판가름 냈다. 최해찬은 21일 국제그룹 준결승전에서도 선제 2점 홈런을 날리는 활약을 했다.

한국선발 황재영은 1,2회를 퍼펙트로 막았다. 한국벤치는 미국과의 최종 결승전을 대비해 황재영을 교체해가며 12-3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6회 2사 이후 한상훈과 유준하가 각각 솔로홈런과 2점 홈런을 날리며 일본을 압도했다. 우리 선수들은 홈런이 터질 때마다 우사인 볼트의 유명한 번개 세리머니를 따라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 미국 언론도 깊은 관심… 한일전 승리 후 “라면이 먹고 싶다”

일본과의 국제그룹 결승전 때 미국의 공중파 ABC는 메이저리그의 전설 베리 라킨과 노마 가르시아 파라를 해설자로 내세우며 독특한 감정을 가진 두 나라 리틀야구 선수들의 맞대결을 중계했다. 우리 선수들은 경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일본이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가 아니고 야구니까 이겨야 한다”는 대답을 했다. 라킨과 가르시아파라는 우리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며 격려와 응원을 해줬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일본 선수들과 티셔츠를 바꿔 입으며 같이 놀면서 우정을 다졌다. 어른들은 일본전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렸겠지만 이들은 달랐다.

21일 일본전 승리 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라면을 꼽았던 우리 선수들은 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최선을 다해 경기하고 경기가 끝나면 상대와 친구가 됐다. 아시아퍼시픽 지역예선에서 일본 대만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던 한국은 1984년 대회 첫 출전에서 우승을 안았고 다음 해에도 정상에 올랐다. 당시 출전 멤버는 김경원 조경환 심재학 등이다. 이후 일본과 호주는 본선 자동 출전권을 얻었고 한국은 29년 만에 아시아퍼시픽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윌리엄스포트에 도착했다.

한편 오하이오에서 야구연수 중인 전 LG 이종열 코치는 8시간이나 차를 타고 달려와서 우리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고 박찬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리틀 야구 대표팀과의 특별한 인연을 밝히며 격려를 부탁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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