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저력은 DH 로테이션 & 최경철의 힘

입력 2014-09-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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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철. 스포츠동아DB

■ 4강 유력후보 LG의 숨은 힘은

타선 주축 베테랑 30대 타자 체력안배
수비 부담 덜어 줄 해법으로 로테이션
최경철, 투수리드·블로킹 수준급 활약

시즌 초 LG는 최악의 팀이었다. 마운드 붕괴로 팀 순위는 최하위로 추락했고 김기태 전 감독마저 사퇴했다. 봄부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9월 초 LG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꾸고 있다. LG의 놀라운 상승세에는 ‘보이지 않은 힘’이 있다. 로테이션 지명타자 도입과 포수 최경철의 숨은 활약이 그것이다.


● 30대 후반 야수진의 자양강장 로테이션 지명타자

LG 타선의 주축은 30대 타자들이다. 이진영과 정성훈이 34세, 박용택이 35세다. 이병규(9번)는 40대가 됐다. 이병규(7번·31), 박경수(30)도 30대가 됐다. 특히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의 체력안배는 팀 전력운용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양상문 감독은 로테이션 지명타자 출장이라는 카드로 이를 뒷받침 했다. 상황에 따라 지명타자를 번갈아 하며 수비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해법이다. 수비와 타순 구성이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여러 명의 타자를 지명타자로 번갈아 출장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다. 타격코치와 수비코치의 생각이 다를 때 감독의 조율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LG는 수석코치가 없어 커뮤니케이션에 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양 감독은 코치들이 함께 모여 타순을 짜는 것으로 이를 해결했다.

양 감독은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서로 교환하며 타순을 정한다. 타격과 수비코치의 의견을 모두 경청한다”고 말했다. 타격코치가 생각하는 타순과 수비코치가 계획한 수비 포지션을 놓고 의견을 나눠 최상의 라인업을 짜고 지명타자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한화, NC, 두산 등 지명타자를 1∼2명에 고정하는 팀에 비해 체력적인 부분에서 분명 큰 강점이 될 수 있고 특히 베테랑이 많은 LG에 힘이 되는 전략이다.


● 선수 황혼기에 인정받은 포수 최경철의 힘

한국나이로 서른다섯. ‘프로 12년차’가 된 LG의 주전포수 최경철은 LG 상승세의 숨은 영웅이다. 최경철은 주로 백업에 머물렀던 변방의 포수였다. 프로야구에서 인상적인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최경철은 작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낯선 LG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에도 38경기 출전에 그치며 만년 백업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리저리 떠돌아서 온 LG행이 그의 삶에서 가장 큰 경력이 될 줄이야 알았겠는가.

최경철은 올 시즌 확고부동한 주전이다. 처음엔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주전포수 현재윤과 윤요섭이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유일한 대안이 됐다. 김재민이라는 어린 포수가 있었지만 아직 성장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LG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그리고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금껏 양상문 감독의 신뢰를 얻으며 주전을 굳히고 있다. 풀타임을 한번도 소화한 적이 없어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이 이어졌지만 이를 악물고 경기에 나섰다. 양 감독이 직접 보약을 챙기기까지 했다. 그림자처럼 뒤에서 헌신하는 그의 모습에 동료들은 신뢰를 듬뿍 실어줬다. 투수 리드와 블로킹 모두 수준급으로 진일보했다. 통산 1홈런에 그쳤지만 올 시즌만큼은 달랐다. 양 감독 취임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7월 23일 광주 KIA전에서는 생애 첫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알토란같은 4홈런을 만들었다.

최경철은 그 결과 5월 13일 양 감독 취임 이후 단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출전했다. 그리고 3일 잠실 넥센전에서 마침내 100경기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 늦게 핀 동백꽃이 더욱 붉은 법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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