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 북한 역도 김은국·엄윤철 “김정은 사령관님께 기쁨 드려 자랑”

입력 2014-09-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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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국-엄윤철(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인터뷰 내내 천편일률 대답…폐쇄적 현실 보여줘

“김정은 사령관님께 기쁨을 드려 자랑스럽다.”(김은국·26)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다는 정신력이 북한역도의 힘이다.”(엄윤철·23)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선수가 옆에 동석한 관계자에게 종종 ‘모범답안’을 전달받는 모습에는 폐쇄적 현실이 그대로 담겨있는 듯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각각 3개, 1개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북한역도의 힘을 과시한 김은국(남자 62kg급)과 엄윤철(남자 56kg급)이 23일 인천 송도 메인프레스센터(MPC) 2층 비추온홀에서 열린 세계신기록 작성 기념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금메달의 비결로 주체사상을 들었다. 또 반복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엄윤철은 ‘북한역도가 강한 이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미리 준비한 듯 “달걀로 바위를 깰 수는 없지만 사상을 입히면 바위를 깰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았다”며 “우리(북한) 체육인들은 그 같은 사상으로 나섰기 때문에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그것이 바로 북한역도의 비결”이라고 답했다. “모든 것은 사상이 결정한다는 사령관님 말씀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자신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딴 금메달에 의미를 부여한 그는 “앞으로도 실천적 행동으로 (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1인 지배체제인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은 김은국에게서도 여전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허리 부상을 당해 고전하기도 했던 그는 “제 고통을 알아주신 김정은 위원장님의 사랑과 배려 덕분에 허리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고,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것에 대해 북한에서 별도의 포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무언가를 더 바랄 수 없다. 오직 하나, 김정은 위원장님께 기쁨을 드리고 인민에게 기쁨을 준 것이 자랑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기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을 찾은 소감과 선수촌 생활의 불편함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영어 통역을 위해 동석한 관계자에게 ‘모범답안’을 전달 받은 뒤 “불편한 점 없다. 선수이기 때문에 경기하러 왔다는 것 이상으로 특별히 다른 것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인천|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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