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멘탈 붕괴 현대, 라이벌전 완패

입력 2015-01-0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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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1일 천안에서 열린 V리그 대한항공전에서 경기 도중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9일 한국전력과 2-1 임대트레이드를 통해 상위권 도전을 꾀했지만 KOVO 규정의 허점 등으로 무산됐다. 천안|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현대캐피탈-한국전력 ‘2-1 임대 트레이드’ 무산 그후

대한항공전 0-3…경기장 단장작업도 취소
한전 서재덕은 쉬지도 못하고 다시 수원행
KOVO 행정 실수에 양팀·선수들만 피해

지난주 V리그를 뜨겁게 만든 것은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2-1 임대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이었던 지난 12월 29일 오후 결정된 임대트레이드는 30일 오전 한국배구연맹(KOVO)의 공시와 규정의 허점, 1월 2일 임시이사회 소집 결정 및 KOVO의 공시 철회 순으로 이어졌다. 1월 1일 경기를 앞두고 현대캐피탈은 31일 스스로 트레이드를 철회했다. KOVO는 관련 구단에 공식 사과하고 2일 임시이사회에서 제도의 정비 약속과 함께 관련자가 징계를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 트레이드를 결정한 12월 29일 밤, 관련 선수들의 엇갈린 표정

12월 29일 오후 7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한국전력-LIG손해보험의 경기를 앞두고 신영철 감독은 마음을 다졌다. 당사자 서재덕에게 트레이드 결과를 통고하는 일만 남았다. 3-0으로 경기를 이겼다. 승리에 기뻐하던 서재덕은 트레이드를 통고받고 눈물을 흘렸다. 선수단과 작별한 뒤 현대캐피탈 김성우 사무국장과 함께 천안의 새로운 숙소로 향했다.

김 국장은 앞서 오후 훈련을 마친 권영민, 박주형과 수원으로 이동해 신영철 감독에게 두 사람을 인계했다. 권영민은 뜻밖의 이적에 마음이 심란한 듯 신영철 감독에게 양해를 구한 뒤 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있으니까 면담을 통해 얘기를 들어보겠다. 경험 많은 선수이니까 심기일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신 감독은 기대했다. 한국전력은 7일 삼성화재와의 원정경기 전까지 시간여유가 있었다. 급한 쪽은 현대캐피탈이었다. 1일 경기를 대비해 빠른 일처리를 원했다. 30일에 선수를 보내주려고 했지만 먼저 현대캐피탈에서 권영민 박주형을 보내자 어쩔 수 없이 서재덕을 보냈다. 아파트에서 숙소 생활하는 한국전력은 두 선수의 잠자리를 위한 방부터 마련했다. 서재덕은 천안에 도착하자마자 신 감독에게 “잘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 규정 문제에 당황한 12월 30일의 KOVO, 새 팀에서 첫 날을 맞이한 선수들

30일 오전 몇몇 남자구단 관련자들은 KOVO의 공시를 보고 법규 적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KOVO는 당황했다. 이때부터 관계자와 고문변호사가 참가하는 회의가 이어졌다. 아무리 규정을 넓게 해석한다고 해도 문제라는 결론이 나왔다.

KOVO는 고민 끝에 먼저 공시를 내렸다. 현대캐피탈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이를 복사해뒀다. 서재덕은 새로운 팀의 훈련에 참가했다. “우리의 훈련시설을 보고 좋아했다”고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전했다. 서재덕이 땀을 흘리는 동안 한국전력 소속선수가 된 권영민과 박주형은 회식에 참가했다. 같은 시간 현대캐피탈은 유관순체육관을 새롭게 단장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서재덕에게 새 유니폼을 입힌 사진을 찍고 이를 현상해 경기장 내외에 붙이고 일러스트까지 만들어 장식했다.


● KOVO의 수습과 12월 31일 명분을 위해 트레이드를 스스로 철회한 현대캐피탈

사태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자 현대캐피탈 안남수 단장은 30일 밤부터 해외에 체류 중인 구자준 총재와 긴급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2일로 예정된 임시이사회를 31일로 앞당겨주거나 1일 경기 일정을 뒤로 늦춰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OVO는 트레이드의 규정을 잘못 해석했다며 사과하겠다고 물러섰다. 더 이상 버텨봐야 원하는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자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과 합의한 뒤 오후 3시께 트레이드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그에 앞서 권영민과 박주형을 수소문했다. 외박을 나갔던 선수들을 다시 데려왔다. 이틀 동안 쉬지도 못하고 훈련만 한 서재덕은 한국전력 임양근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올라가요?”라고 물었다. 서재덕은 혼자 수원행 열차를 탔다. 김호철 감독은 권영민과 박주형이 돌아오자 면담을 했다. 감독은 모든 과정에 대해 가슴에 쌓인 것은 많겠지만 그렇다고 과거만 잡고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시간이 해결할 문제이고 유니폼을 입은 선수라면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라고 믿었다.


● 매스컴 관심을 모은 1일 경기와 2일 임시이사회

1일 천안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대한항공전은 매스컴의 관심이 뜨거웠다. 트레이드 불발 이후 첫 경기였다. 현대캐피탈은 0-3으로 무력하게 졌다. 앞서 현대캐피탈은 경기장 단장 작업을 31일 취소했다. 준비비용은 상당히 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액수는 정산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KOVO에 이 비용을 청구할지 여부도 미정이다.

2일 오후 2시30분부터 벌어진 임시이사회는 13개 구단 가운데 8개 구단만 참가했다. 회의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구자준 총재는 KOVO의 잘못을 시인하고 신원호 사무총장과 윤경식 사무국장, 김장희 경기운영팀장을 중징계했다. 구 총재는 자신이 직접 관련구단의 구단주를 만나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해당 선수들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트레이드 규정의 보완은 실무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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