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김태형 감독 “선발·중간 투수진 충분…올해 목표는 딱 우승”

입력 2015-01-1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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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은 온화한 미소와 근엄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선수들과 신뢰와 소통에 중심을 뒀다. “목표는 우승뿐”이라면서 사령탑 첫해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잠실|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

9. 두산 김태형 감독


2015시즌 프로야구는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개 구단 시대. 프로야구 산업 전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들도 대거 새 얼굴이 등장했다. 스포츠동아는 새해 새 출발선에 선 프로야구 각 구단 감독을 만나 팬들이 궁금해할만한 얘기들을 속속들이 물어보는 코너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를 마련했다. 아홉 번째 주인공은 두산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태형(48) 감독이다.


군 제대 선수·왼손투수 등 마운드 자원 많아
마무리 투수는 노경은·이현승·이재우 압축
재계약 니퍼트 잘해왔고 잭 루츠 마음에 들어

감독 색깔 내기보다는 이기는 야구가 더 중요
시즌 끝나고 ‘우승 감독님’ 소리 듣는게 최고
삼성·LG·한화는 넘어야 할, 이기고 싶은 팀

“자꾸 신문에 웃는 얼굴만 나오네요. 이제 좀 무게감 있게 보여야 하는데….”

두산 김태형(48) 신임 감독은 이렇게 말하면서 또 다시 웃었다. 스스로 “웃을 때와 안 웃을 때의 인상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 웃으면 눈이 반달 모양이 되면서 마냥 선해 보이지만, 웃음기를 지우면 얼굴 전체에 근엄한 카리스마가 번진다. 어쩌면 이런 특징이 바로 ‘감독 김태형’을 대변할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신뢰와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드러운 사령탑. 그러나 선수들이 기본과 책임감을 잃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엄중한 권위가 되살아난다. 두산이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이틀 전인 13일, 잠실구장 두산 감독실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그는 “우리 목표는 우승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팬들을 위해 무조건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며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쓸쓸한 가을을 보냈던 두산. 이번에는 임자를 제대로 만난 듯하다.


-처음 감독이 되고 나서 어떤 겨울을 보내셨나요.

“정신이 없었죠. 이런저런 행사도 있고, 지금도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웃음) 인터뷰도 정말 많았고요. 코치 때는 그냥 잘 쉬고 여행도 다니고 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인사드려야 할 분들이 많더라고요. 평소보다 훨씬 바쁘니까 몸살도 났고.(웃음) 강원도 낙산사에 가서 종 치는 것을 보고 왔어요.”


-두산은 관심을 많이 받는 구단이라 새로 시작하는 감독으로서 부담이 크실 듯해요.

“부담이라는 건 사실 어느 감독이나 처음 부임하면 똑같을 거예요.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으며) 여기가 막 단단해지긴 해요. 지난해 말 인사를 다니면서 두산이 얼마나 인기 있는 구단인지 새삼 느꼈거든요. 그룹 고위층 분들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굉장히 높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됐고요. 책임감이 정말 커졌어요. 가슴이 좀 묵직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웃음)”


-두산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우승’을 바라보는 팀이라 더 그럴 것 같아요.

“그렇죠. 항상 4강은 기본으로 한다는 생각이 있으니까요. 작년에 오랜만에 4강에 못 가서 지금 가장 급한 게 포스트시즌 진출이긴 하죠. 그래도 저는 목표를 딱 ‘우승’으로 잡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 국내 선발들이 부진해서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다르겠어요.

“선발진은 이제 가장 든든하죠. 충분하고. 중간에도 투수 자원들은 많아졌어요. 군 제대한 선수도 있고, 왼손투수들도 좋아지고. 그런데 지금 확실한 마무리투수가 없다는 게 가장 문제네요. 가장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새 소방수 후보는 압축이 됐나요?

“5선발 후보들 중에서 세 명 정도 압축을 했어요. 앞으로 의외의 선수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노경은, 이현승, 이재우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다들 커리어가 있고, 또 노경은은 상대를 압도할 구위를 가지고 있으니까. 우선 마무리를 먼저 정하고, 그 다음에 선발, 그 다음에 롱릴리프로 쓸 선수를 정할 생각이에요.”


-마무리투수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겠네요.

“정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잘 해야 해결되는 거니까요. 본인이 얼마나 확신을 갖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담당코치하고도 얘기했지만, 마무리를 정하면 정말 그 선수한테 믿음을 주고 웬만하면 계속 밀고 가려고 해요. 정말 어려운 자리잖아요. 그만큼 예민하고. 시즌 초반에 혹시 안 좋으면 선수 혼자 막 고민하고 ‘나는 마무리감이 아닌가’ 할까봐, 그게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에요.”


-용병 구성은 어떠세요? 더스틴 니퍼트가 재계약해서 슬퍼하는 상대팀들이 많은데요.

“다른 팀이 부담스러워한다니 저는 좋죠.(웃음) 니퍼트가 그만큼 잘해왔고요. 용병타자(잭 루츠)는 1·3루를 볼 수 있는 내야수인데, 비디오로 봤더니 마음에 들어요. 어쨌든 용병은 하늘에 맡겨야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처음 오는 용병들은 더 그렇고. 재계약한 유네스키 마야도 한국 야구를 조금 알아서 잘 할 것 같아요. 코치들도 그보다 더 좋은 투수 뽑기 쉽지 않다고 마야를 추천했어요.”


-야수진에는 큰 변화가 없죠?

“다 좋은데 1·3루가 고민이었죠. 용병타자가 들어와서 한 자리 가져갔으니 다른 하나만 결정하면 되고, 나머지는 원래 뛰던 선수들이 주전으로 그대로 가면 돼요.”


-두산에 돌아와 선수들을 다시 보니 어떠세요?

“그냥 다시 두산다운 야구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와요. 저부터 책임감을 갖고, 또 선수들에게도 책임감에 대해 굉장히 강조했기 때문에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거라고 확신을 합니다.”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선수 때 무서운 선배셨다고 들었어요. 이번에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셨나요.

“그때는 사실 좀 그렇게 강한 게 통하던 시절이고, 지금은 내가 행동으로 나서는 게 아니라 서로 신뢰를 가져야죠.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행동을 해야 선수가 따라오지, 무조건 카리스마를 보이고 군기를 잡는다고 팀이 좋아지는 건 아니거든요. 그만큼 더 소통을 하고 다가가서 신뢰를 쌓아야 더 탄탄해지죠. 그 대신 분명한 것은 ‘기본’을 절대적으로 지키고, 무엇보다 다시 한번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것만은 제가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벗어나는 선수는 우리 팀의 일원으로 생각 안 하겠다’고요.”


-연말 시상식에서 만난 다른 팀 감독님과는 많은 대화를 나누셨나요.

“다른 감독님들께는 야구 선배로서 제가 인사를 드렸고요, NC 김경문 감독님이 제가 어릴 때부터 뵙던 분이라 가장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죠. 항상 큰 형님 같은 분이세요. 시즌 중에도 인사 가면 따뜻하게 맞아주시고요. 살짝살짝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셨어요.”


-그 ‘살짝살짝’ 해주신 말씀 중에 하나만 공개하실 수 있나요?

“글쎄, 뭘 말씀드려야 하나.(웃음) 김 감독님께서 ‘감독이 되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자세하게 말씀하시는 건 아니에요. 다만 ‘감독은 항상 힘들고 외로운 자리니까 스스로 잘 극복해야 한다. 코치들 잘 추슬러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또 그게 감독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라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마음에 잘 새겼죠.”


-올해는 정말 베테랑 사령탑들의 대결이 치열할 듯합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어떤 야구를 보여주실 건가요.

“저는 사실 어떤 감독이 되느냐, 어떤 색의 야구를 하느냐, 이런 걸 별로 신경 써 본 적이 없어요. 그냥 매 경기 이기는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한 거지, 내가 어떤 색을 굳이 내려고 하면 오히려 그 틀에 제가 자꾸 맞춰가려고 할 것 같아요. 늘 이런저런 리더십 얘기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사실 그런 거 없어도 좋아요. 그냥 ‘우승 감독님’, 이 소리 하나만 듣고 싶어요. 요즘 야구가 하루하루 다르잖아요. 기본기와 책임감을 갖고 팬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야구를 열심히 하다 보면, 그리고 그렇게 해서 성적이 나면 그 다음에 저에게 ‘어떤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생기겠죠. 하지만 성적이 안 나면 아무 것도 안 붙어요. 그래서 전 일단 많이 이기고 성적을 내는 데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그냥 시즌 끝나고 ‘우승 감독님’ 소리 하나 듣는 게 최고니까요.”


-올해 두산의 목표가 강하게 와 닿네요. 그렇다면 꼭 이기고 싶은 팀, 꼭 넘어서고 싶은 팀은 어디인가요?

“삼성, LG, 한화요. 삼성은 전년도 우승팀이니까 당연히 우리가 넘어서야 될 팀이고, LG는 아시다시피 한 지붕 라이벌이고. 한화는 다들 우리나라 최고라고 하시는 감독님이 계시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 제자였고요. 그래서 꼭 이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수들 모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제가 감독이 되고 많은 분을 만나면서 느낀 건, 앞서도 얘기했지만 ‘팬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게 선수들이 그냥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어마어마하다는 거예요. 일단 저부터가 두산 감독 이전에 팬이거든요. SK에 코치로 있을 때도 늘 두산을 보면서 팬으로서 화도 나고 속도 상하고 그랬어요. 팬들은 기대가 크니까, 그만큼 실망도 큰 거고, 그래서 화가 나서 ‘두산 왜 이래?’ 하고 비난도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우리 야구할 때보다 선수들이 돈도 많이 벌고 관심도 많이 받는데, 그럴수록 더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품위를 잘 지켜야 할 것 같아요. 감독인 저부터도 그렇고요. 그래서 스프링캠프 가서도 미팅을 소집해서 그 얘기를 꼭 할 거예요. ‘팬들을 생각하면서 늘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게 우리의 기본이죠.”


● 두산 김태형 감독은?


▲생년월일=1967년 9월 12일

▲출생지=서울

▲출신교=화계초∼신일중∼신일고∼단국대

▲국가대표 경력=대만국제대회(1987년 12월), 제1회 한·미선수권(1988년 7월 미국), 제30회 세계선수권(1988년 8월 이탈리아), 제24회 서울올림픽(1988년 9월)

▲프로선수 경력=OB·두산(1990∼2001년)

▲프로 통산성적=827경기, 타율 0.235(1835타수 432안타), 9홈런, 157타점

▲프로 지도자경력=두산 코치(2002∼2011년)∼SK 코치(2012∼2014년)∼두산 감독(2015년∼)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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