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나면 다 될 것 같았던 결혼은 그 준비 과정에서 현실을 맞닥뜨린다. 특히 '혼수'라는 두 글자는 많은 예비 부부의 어깨를 짓누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는 가전을 고를 때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것도 당연하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어떤 가전으로 채울 것인가'하는 고민은 예비 부부 스스로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다.
물론 한 브랜드의 매장에서 '혼수 패키지'라는 형태의 제품 묶음을 구매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패키지는 약간의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 그 묶음 안에는 마음에 안 드는 제품이 꼭 몇 개씩 끼어있게 마련이다. 또한, 막상 따지고 보면 발품을 팔아 하나하나 따로 사는 것이 더 싼 경우도 있다. 명심하자. 스스로 심사숙고해 고른 제품들은 몇 년에서 몇십 년까지 가정의 한 편을 든든하게 지킬 것이다.
보통 결혼할 때 꼭 챙겨야하는 가전 제품으로는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가스레인지, 에어컨 등을 든다. 물론 신혼집을 차릴 곳에 '기본 옵션'으로 이 중 몇 가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아파트라면 세탁기, 에어컨, 가스레인지 등이 빌트인(Built-in)된 경우가 많다. 혼수를 마련하기 전에 꼼꼼히 살펴 중복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이외에 정수기, 전자레인지, 오븐, 믹서,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 오디오 등은 없으면 불편하긴 해도 생활이 불가능한 제품들은 아니다. 혼수를 준비할 때 한 번에 구매해도 좋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천천히 갖춰나가도 무리가 없다.
혼수는 적어도 결혼 두 달 전부터 고르길 추천한다. 자주 이사를 다닐 예정이라면 처음부터 크고 비싼 신제품을 사는 것보다는 중고 가전이나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제품을 선택하자. 아무래도 이사를 하면 집의 면적, 인테리어에 따라 새 제품을 구매해야 할 수도 있고, 이사 도중 제품에 흠집이 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처음부터 오래 두고 쓸 계획이라면 구매 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자신만의 선택 기준을 정해둔다면 사야 할 것이 많은 상황에 큰 도움이 된다.
1. 품질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전은 품질이 중요하다. 성능과 에너지 효율은 어떤지, 고장이 잘 나지는 않는지, A/S는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하자. 특히 저가의 중국산 제품은 일단은 괜찮아보여도 A/S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상품평이나 블로그/카페 등 SNS에 올라온 글들을 잘 살펴보면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육아 관련 전문 커뮤니티의 글은 시간을 내서라도 정독할 것. 선배 '맘'들의 조언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까지 다뤄줄 것이다.
2. 디자인
결혼 1년 차 주부 김모 씨(29세)는 "가전의 디자인이 우리집 전체 인테리어와 어울리는지 살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며, "조금 더 비싸더라도 디자인이 좋은 제품을 선택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테리어에도 유행이 있다. 프로방스 풍, 앤틱 풍을 거쳐 지금은 북유럽 풍이 강세다. 유행따라 홈 인테리어를 계속 바꿀 예정이라면 큼직한 가전은 심플한 디자인의 무채색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 안전하다. 그래야 어떤 인테리어에도 두루두루 어울린다. 인테리어의 분위기는 소품, 벽지 등을 바꿔가며 연출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실패할 확률도 낮다.
특히 유행을 타는 화려한 디자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펄감있는 붉은색 바탕에 홀로그램이 들어간 꽃무늬가 깔린 냉장고, 세탁기 등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유행은 바뀐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촌스럽다'며 그 위에 하얀 시트지를 덮는 D.I.Y.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가장 좋은 제품은 당연히 가장 비싸다. 하지만 돈을 써야 할 곳은 혼수 말고도 넘쳐난다. 실속있는 제품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할 때다.
역시 이때 필요한 것은 충분한 사전 조사. 믿을만한 SNS를 통해 적당한 제품을 추천받거나,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특정 기준을 걸고(예를 들어 TV라면 화면 크기, 해상도 등을 설정) 검색해 상위에 나온 제품들의 상품평을 읽어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사실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많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로맨틱한 디자인에 부가 기능이 많은 제품을 최우선으로 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깔끔한 디자인에 필수 기능만 있는 제품을 원할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자신의 기준을 먼저 세워두고 상품들을 조사하면 된다. 가성비가 좋은 몇 가지 전자제품을 추천한다.
TV, 화면은 클수록 좋다
드라마, 예능, 스포츠 프로그램 등에 푹 빠져있는 '애청자 부부'라면 TV에 큰 애정을 쏟을 터. 거실의 한 면을 차지하는 TV는 오래 쓰는 제품이니만큼 크기, 해상도, 디자인 등을 특히 잘 따져봐야 한다.
사실 장소만 받쳐준다면 TV는 크면 클수록, 해상도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하지만 크기가 커지고 성능이 올라감에 따라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는 것이 사실.
TG삼보가 출시한 'TG 빅 디스플레이 65 UHD'는 UHD 해상도(3,840 x 2,160)를 갖춘 65인치 TV다. 같은 크기의 대기업 제품은 400~500만 원대인데 반해 이 제품은 200만 원대다. 합리적인 가격에 큰 화면으로 생생한 장면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알맞은 제품. 거기다 앞으로 UHD 방송 시대가 열렸을 때도 대응할 수 있다. 디자인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가격이 저렴해도 필수적인 기능은 모두 갖췄다. 제품 뒷면에 HDMI 포트 5개(MHL 기능도 지원), USB 포트 2개 등이 있어 외부 스마트 기기와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저화질의 영상을 고화질로 보정하는 업스케일링 기능도 갖췄다. 부가적인 스마트 기능이 없어 아쉽다면 작은 책 크기의 미니PC를 함께 활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마치 모니터처럼 게임, 영화 감상, 웹 검색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TG삼보도 'TG 4K MINI PC'를 내놓는 등 미니PC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냉장고, 넣을 것이 많다면 양문형으로
냉장고는 보통 한 번 사면 10년은 넘게 쓰는 제품이다. 거기다 부피가 큰 만큼 주방 인테리어의 무게 중심을 담당한다.
냉장고는 크게 기본형과 양문형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양문형이 기본형보다 용량이 크고(대부분 800L가 넘는다), 부가 기능이 많으며, 그만큼 비싸다. 제품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기본형은 몇십만 원대, 양문형은 몇백만 원대다.
얼음 제조, 정수, 홈바 등 딱히 화려한 부가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면 기본형 냉장고를 선택함으로써 상당한 가격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LG전자 R-B322GBW 제품은 321L 용량에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받은 제품으로 40~6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인터넷 쇼핑몰 기준). 나노 참숯 탈취 및 항균 가스켓 기능으로 위생 부분에 신경썼다. 디자인도 깔끔하다. 국내 대기업 제품이기에 A/S도 믿을 만하다.
90만 원 후반대~100만 원 초반대가 예산이라면 삼성전자의 양문형 냉장고를 살 수도 있다. 지펠 RS82H61007S는 815L 용량의 양문형 제품. 아쉽게도 에너지 효율이 2등급이지만 1년 전기 요금은 6만 원대 수준이라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사실 양문형 냉장고 중에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은 몇백만 원대는 우습다.
이 제품은 홈바를 갖춰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도 자주 찾는 음료수 등을 쉽게 꺼낼 수 있다. 고장난 위치를 스스로 확인하는 '스마트 케어' 기능, 탈취 기능, 이동 가능한 아이스 메이커 등을 갖췄다.
세탁기, 드럼인가 통돌이인가
세탁기또한 깊은 고민의 대상이다. 최근 아이옷 전용 소형 세탁기 등도 인기지만 역시 기본은 소위 '통돌이'라 불리는 일반세탁기와 드럼세탁기다. 냉장고와 마찬가지로 일반세탁기보다 드럼세탁기가 건조, 살균 등 부가 기능이 많은 만큼 가격도 더 비싸다. 아무래도 작동 원리상 드럼세탁기로 빨았을 때 옷이 더 안 꼬이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일반세탁기는 이러한 부분을 많이 개선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LG전자 통돌이 6모션 시리즈는 에너지 효율 1등급이며 옷감의 엉킴 및 손상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췄다. 가격은 60~100만 원 초반대에 형성되어 있다. 10년 무상 보증 DD모터를 탑재했으며 세탁통이 풀 스테인레스라 위생적이다.
삼성전자 버블샷3 WD14F5K3ACW 모델은 60~100만 원 초반대의 드럼 세탁기다.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받았으며 아기 옷이나 속옷 등 약한 옷감을 손빨래하듯 세척하는 '스킨케어' 기능을 갖췄다. '에어워시' 기능은 공기만으로 살균해 빨기 힘든 베개 솜, 인형 등을 깨끗이 유지할 수 있다.
글/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