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의 진화…청춘의 심장을 연기하다

입력 2015-01-2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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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이후 괴물 같은 성장세를 보인 여진구는 내일이 더욱 기다려지는 연기자다. 29일 ‘내 심장을 쏴라’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나서는 그는 정신분열증 환자를 연기하며 “지금의 20대 청춘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교감을 원했다. 스포츠동아DB

다른 배우들 자신 없다고 거절한 작품
‘내 심장을 쏴라’ 정신분열증 청년 열연
‘화이’로 영화제 신인상 휩쓴 진가 발휘
“이야기 매력적…청춘에게 보여주고 싶어”

20대를 더 기대하게 하는 ‘고교생’ 연기자 여진구의 성장세가 눈길을 끌고 있다.

2013년 첫 주연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화이)로 주요 영화상의 신인상을 휩쓴 여진구가 2년 만에 내놓은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제작 주피터필름)로 다시 그 진가를 발휘했다. 29일 개봉에 앞서 공개된 영화에서 여진구는 어릴 때 겪은 사건으로 정신분열증을 앓지만 청춘의 에너지로 장애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담하고 묵직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다.

여진구는 ‘화이’로 주목받기 시작한 뒤 여러 영화의 출연 제의를 받았다. 지난해 캐스팅 과정에서 제작진의 미숙한 대처로 잡음을 빚은 대작 ‘권법’ 역시 그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영화 중 하나다. 하지만 여진구는 도전이라는 가치에 더 의미를 뒀다. 신인감독이 연출한 ‘내 심장을 쏴라’도 그렇게 택했다.

영화는 스물다섯살 청년 수명과 승민의 이야기다. 각기 다른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힌 이들은 서로에게 믿음을 쌓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자유를 찾아 나선다.

여진구는 이야기 화자인 수명을 연기했다. 상대역 이민기가 줄곧 갈등을 만든다면 여진구는 그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며 균형을 맞춘다. 사실 제작진은 수명 역을 맡을 배우 캐스팅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20대 배우 여럿에게 제안했지만 ‘연기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사진제공|주피터필름


더 이상 제작을 미룰 수 없을 때 등장한 연기자가 바로 여진구다. 시사회 직전 만난 그는 대부분의 연기자가 거절한 수명 역을 두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야기와 인물 모두 매력적이었다”고도 했다.

여진구는 실제로 12살이 많은 이민기를 비롯해 유오성, 박충선 등 선배들과 영화를 함께 했다. 이들과 호흡하면서도 그 존재감이 밀리지 않았고 정신분열을 극복하는 과정을 과거와 현재, 미래의 세 가지 버전으로 풀어내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여진구는 극의 배경인 정신병원과 현실을 겹쳐 이해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내가 정신병원에 갇혔듯 많은 청춘이 비슷한 (갇힌)상황일 거라 생각한다”며 “고등학교 3학년생인 나와 내 친구들은 입시에, 20대 형과 누나들은 취업 경쟁을 하며 갇힌 느낌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청춘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여진구를 향한 영화계의 관심은 계속된다. 당장 여름께 한국전쟁을 그린 ‘서부전선’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엔 전쟁에 참전한 북한 병사 역이 그의 몫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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