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미스터 컵스 ‘어니 뱅크스’ 타계…ML 큰 별 지다

입력 2015-01-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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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 컵스의 전설 어니 뱅크스의 야구와 삶

통산 홈런 512개…컵스 최초로 영구 결번 지정
포스트시즌 기록 전무…우승의 한 끝내 못이뤄

메이저리그의 큰 별이 사라졌다. ‘미스터 컵스(Mr. Cubs)’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시카고 컵스의 전설 어니 뱅크스가 84번째 생일을 8일 앞둔 지난 24일(한국시간) 사망했다. 그의 갑작스런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에는 많은 팬들이 모여 들어 프랜차이즈 스타를 추모했다. 지난 2013년 뱅크스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 팬들에게는 매우 슬픈 날이다. 내 아내 미셸은 어린 시절 아버지 옆에 앉아 뱅크스가 뛰는 모습을 TV로 시청했던 열성 팬이었다”며 “일당 7달러씩을 받고 니그로리그에서 뛰었던 그는 온갖 역경을 딛고 컵스 최초의 흑인 선수가 됐다. 뿐만 아니라 컵스 구단 역사상 최초로 그의 등 번호가 영구 결번됐다”고 성명을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다.


● 가난했던 어린 시절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12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뱅크스는 어린 시절 야구보다는 수영과 농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편의점에서 사온 싸구려 글러브가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비록 그가 다닌 고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없었지만 여름 방학마다 소프트 볼 선수로서 재능을 발휘했다.

탁월한 운동 신경을 앞세워 1950년 니그로리그 캔자스시티 모나크스에 입단해 재능을 발휘했지만 이듬해 육군에 입대해 2년간 독일에서 군 생활을 했다. 1953년 제대 후 다시 모나크스로 돌아간 그는 타율 0.347를 기록하며 컵스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국 컵스는 10만 달러를 지불하고 모나크스로부터 뱅크스를 영입했다.


● 긍정의 아이콘

어린 시절부터 온갖 역경을 딛고 자란 탓에 뱅크스는 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다. 컵스 구단 최초의 흑인 선수로 수 없이 많은 인종 차별을 당했지만 결코 화를 내지 않았다. 상대 투수의 빈볼이 머리를 향해 날아와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가 19년간 컵스에서 남긴 업적은 위대하다. 통산 512개의 홈런을 기록한 슬러거로 올스타로 11번이나 뽑혔다. 컵스가 승률 5할에도 미치지 못한 1958년과 1959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1960년에는 골드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홈런왕과 타점왕은 각각 두 차례씩 차지했다. 또 하나 그가 남긴 위대한 기록은 19년의 선수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퇴장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뱅크스의 프로필에는 포스트시즌 기록이 전무하다. 정규시즌 2528 경기에 출전했지만 플레이오프와는 인연을 맺지 못한 것. 그가 활약하는 동안 컵스가 승률 5할을 넘긴 것은 6번에 불과했을 정도로 약체였기 때문이다.


● 불멸의 스타

뱅크스는 1977년 명예의 전당 투표 첫 해에 입성했다. 1982년에는 그의 등번호 14번이 영구 결번됐다. 컵스 구단 역사상 최초로 영구 결번으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은 것이다. 2008년 3월31일에는 리글리필드에 방망이를 들고 있는 동상이 세워졌을 정도로 컵스 팬들에게는 전설적인 영웅이었다.

그가 향년 83세로 일기를 마감하자 탐 리케츠 컵스 구단주는 성명을 통해 “뱅크스가 컵스 구단과 시카고 시,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는 메이저리그의 선구자였고, 어느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애도했다.

레지 잭슨 목사도 “뱅크스는 가장 훌륭한 야구 선수였다. 뱅크스는 모든 사람을 진정으로 대했고, 늘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인종 차별의 벽을 허무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컵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08년. 현역 시절 이루지 못했던 우승의 한을 후배들이 풀어주기를 간절히 염원했지만 뱅크스는 끝내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하늘나라에서도 그가 컵스의 우승을 바랄 것으로 컵스 팬들은 굳게 믿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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