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훔방’ 제작자 “영화 투자~상영…대기업 독점 막아달라” 대통령에 호소

입력 2015-01-27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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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주연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제작한 엄용훈 삼거리픽쳐스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띄우고 영화계 수직계열화 문제를 법으로 근절해 달라고 호소했다.

엄 대표는 27일 오전 SNS를 통해 영화계 오랜 고질병 중 하나인 대기업 배급사와 그 계열사인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의 수직계열화로 중소 규모의 다양한 영화가 고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 같은 서한을 띄운 이유는 지난해 12월31일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개훔방)이 관객의 뜨거운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을 정당하게 잡지 못하는 데 따른 문제제기다.

엄 대표는 “극장에서는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이 낮아 상영관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은 자사 계열 배급 영화의 예매 오픈은 대부분 2주 전 시작한다. 하지만 중소배급사 영화의 경우 개봉일로부터 1주일 이내 시작한다. 배급사에 따라 관객에게 주어지는 예매 가능 시간이 다르다는 얘기다.

특히 중소배급사 영화의 경우 예매 오픈 극장 수도 지극히 적어, 예매율은 다른 영화에 비해 낮을 수박에 없다는 게 엄 대표의 주장이다. 결국 극장은 그 낮은 예매율을 근거로 심야 및 조조 시간대로 상영관을 배치하고, 결국 좌석점유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뤄진다고도 주장했다.

엄 대표는 “극장은 ‘관객 수요가 많으면 스크린은 확대된다’고 하지만 현재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돼 버린 상영관 구조에서 공급의 양이 수요를 결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초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구축된 멀티플렉스 시스템이 수직계열화 된 대기업 배급사의 와이드 릴리즈 방식과 함께 오히려 영화의 만듦새와 상관없이 힘없는 영화와 중소 영화사를 사지로 모는 상황으로 악용이 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엄 대표는 그동안 공유가 주연한 ‘도가니’, 하정우·공효진이 출연한 ‘러브픽션’ 등의 영화를 만들어 흥행에도 성공한 제작자다. 지난해 10개 영화 제작사가 모여 만든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의 대표를 맡아왔지만 최근 ‘개훔방’ 흥행 실패에 따른 책임으로 사퇴했다.

그는 “현재의 영화 산업은 초반에 상영관을 얼마나 확보했는가가 영화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예매율이 높거나 상영 횟수가 많은 영화를 선택해 보는 경향이 많다”고 짚었다.

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규제개혁 점검회의 당시 ‘영화시장의 수직계열화 독과점 현상’과 ‘소득 불균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꺼낸 발언도 언급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양극화에 시달리는 영화 업체들에게는 (수직계열화 문제가)규제 이상의 엄청난 규제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고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련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CJ CGV와 롯데시네마에 자사계열 배급사 차별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5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를 했다.

하지만 영화계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달라진 게 없다”고 엄 대표는 꼬집었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수직계열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영화계는 지독한 쏠림과 대기업 배급사에 줄서야 영화인으로 살아남는다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며 “법으로 동일 계열기업 간 배급과 상영을 분리해 상영 원칙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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