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고속도로 60만장’ vs ‘엑소 38만장’…어느 쪽이 진짜 1등일까

입력 2015-01-28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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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차트 2014년 앨범 결산에서 성인가요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사진|가온차트 홈페이지


60만장. 중견 트로트 가수 A의 2014년 연간 앨범 판매 ‘추정치’이다.

이는 가온차트 2014년 최대 판매 앨범으로 알려진 엑소K의 ‘중독 (Overdose)’이 기록한 38만5047장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이며, 엑소 M의 '上瘾 (Overdose)'의 판매고 27만2718장을 더한 수치와도 맞먹는다.

이상한 점은 60만장이라는 앨범 판매고는 2014년 최다 앨범 판매량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릴만한 수치이지만 실제 A의 이름은 국내 집계사이트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60만장이라는 수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집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레코드점을 제외하고 앨범 판매량을 집계·발표하는 기관중에는 대표적으로 가온차트와 한터차트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주요 음반 유통사의 국내 출하량에서 반품량을 제외한 수치를 기준으로 앨범 판매량을 집계한다.

문제는 이들이 집계하는 데이터의 범위가 CJ E&M과 로엔엔터테인먼트, KMP홀딩스, 유니버설 뮤직, 소니 뮤직과 같은 '주요 음반 유통사'에 한정돼 있다. 즉 군소 음반사에서 제작하고 유통하는 앨범의 판매고는 확인할 길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군소 제작사와 유통사가 제작하고 고속도로 휴게소 매장에서 주로 판매되는 성인가요와 메들리 음반 등의 판매 집계치는 우리들이 흔히 보는 차트 순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 A가수의 60만장이라는 앨범 판매고는 어디에서 나온것일까.

사실 각 휴게소의 판매량을 총괄·집계하는 시스템이 없는 현재 가요시장에서 정확한 판매량을 확인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앨범을 제작한 제작사마저도 그 정확한 판매량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앨범에 부착된 인지(印紙)를 통해 대략적인 수치는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발부하는 홀로그램 형태의 인지는 정식으로 유통되는 모든 음반에 부착하게 돼 있으며, 즉 해당음반에 인지가 몇장이나 발부 됐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대략적인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지의 집계를 살펴보면 A가수뿐만 아니라 차트와 차이가 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B가수의 경우 3년전 발매된 앨범의 누적인지가 130만장에 달하며, 지난해에도 15~20만장의 인지가 발부됐다. 또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인기가 높은 C와 D가수 역시 이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는 결국 제작앨범의 수량을 측정하는 방식인만큼 실제 판매앨범과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는 '추정치'이다. 하지만 제작자의 말에 따르면 이 인지의 수와 실제 판매량의 차이는 그리 크지는 않다.

한 제작사 측 관계자는 "제작을 한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라며 "팔리지도 않는 앨범을 수십만장씩 만들어 손해를 볼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관계자는 "오히려 실제 판매량은 인지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라며 "메들리나 컴필레이션 앨범이 많은 휴게소 시장 특성상, 다른 인지를 부착해 판매되는 리믹스나 메들리 앨범 등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드는 또 하나의 의문은 고속도로에서의 앨범 판매량이 많은 이유다. 첫째는 '가격'을 들 수 있다.

관계자는 "일단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가는 앨범과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는 앨범의 가격자체가 다르다"며 "중간마진 등으로 인해 똑같은 앨범이라고 하더라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판매되는 도매가는 5500원선이고 일반 매장의 도매가는 9000원으로 가격차이가 상당하다. 당연히 고속도로에서 판매하는 음반의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제작사에 따라서 휴게소에서만 유통되는 앨범이 많다는 점과, 휴게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높다는 점 등도 앨범 판매가 많은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고속도로 스타들이 '100만장을 판매했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과대 허위 광고로 홍보로 치부하기 힘들 정도로 어느정도 신빙성을 지닌 수치라고 할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지금의 차트 판도를 뒤바꿀만한 저력이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지만 정작 집계기관도, 유통사들도 이들 음반에 대한 정확한 집계에 대해서는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고속도로 휴게소 시장은 한 가수의 앨범이 히트를 한다치면 또 다른 제작사에서 음원을 사와 재발매하는 경우가 많아 집계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또 제작사나 유통사 측에서도 정확한 집계량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욱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사 측 역시 "아무래도 행사 수익이 큰 성인가요 시장에서 정확한 앨범 판매량을 공개하고 순위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프로모션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며 "지금이야 인지가 붙어있지 않으면 판매가 불가하다고 하지만 과거에는 불법복제로 인한 판매 역시 알고도 눈감아 주는 경우도 많았고, 이런 판매 추정치도 집계에 포함시키다 보니 정확한 집계를 매기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듯 하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현재 가요계는 사실상 성인가요 시장과 메이저 시장이 완전히 갈라진 상태다. 그리고 성인가요 시장의 중심지가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인 셈이다"라며 "아직 양쪽 모두 이를 통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건전하고 발전적인 가요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이를 모두 종합하는 공신력있는 집계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차트코리아의 TV+라디오 월간 종합차트를 살펴보면 일반 음원 사이트 차트와는 조금 다른 결과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차트코리아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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