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정협에게 띄우는 엄마의 편지

입력 2015-01-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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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2015호주아시안컵 최고의 이슈메이커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쓰고 있는 이정협(24·상주상무·사진)이다. 철저한 무명으로 A대표팀에 ‘깜짝’ 발탁돼 기량을 꽃피우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행복해하고 있다. 반세기 넘도록 한국축구에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아시안컵 정상까지 이제 딱 한 경기가 남았다. 스포츠동아는 그의 어머니 배필수(56) 씨로부터 태극전사 아들에게 보내는 육성편지를 받았다.<편집자 주>


■ “너와 동료들이 최고라고 생각해라”


덩치는 크지만 항상 아기 같은 우리 아들 정협아.

요즘 아시안컵에서 열심히 뛰어주는 네 덕에 전화통에서 불이 나는 듯하네. 지금도 계속 (지인들로부터) 축하전화가 들어오고 있다. (화물선 선원인) 아빠도 무척 행복해하신다. 우리 아들이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가 새삼 떠오르는구나. 초등학교 때 그토록 ‘하지 말라’ 말렸는데도, 축구를 끝내 하고 싶다고 졸라대던 우리 아들이 이렇게 많은 격려와 사랑을 받으며 대표팀 일원이 됐다는 것이 그저 꿈만 같고, 하루하루가 설렌다. 풍족하지 못한 형편에 좋은 축구화 한 켤레 제대로 사주지 못했는데….

작년 11월 29일 경남FC 홈경기였던 걸로 기억해. 이튿날인가, 대표팀이 제주 전지훈련 때 널 소집하겠다는 이야기를 접한 뒤 엄마의 마음도 부산해졌다. 소속팀에서도 아직 확실히 자리 못 잡은 네가 대표팀이라니…. 가슴이 벅차고 뭉클해졌어. K리그 경기를 관전할 때도 그렇지만, 저 멀리 호주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너와 태극전사 선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떨리고 그래. K리그 경기를 관전할 때도 항상 떨리고 가슴 졸이는데.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이 널 뽑은 이유가 있을 거야. 네 능력이 닿는 한, 최고의 힘을 발휘하고 열심히 뛰어서 그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지. 아들이 호주에서 어떻게 먹고 자고 쉬고 운동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다행히 형들과 동료들이 다 잘해주고 예뻐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감사할 뿐이다. 알고 있지? 동료들의 도움이 있어서, 또 코치 선생님들이 계셔서 네가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걸 잊지 않았으면 해.

우리 아들을 다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주말이 지나고, 다음주가 되면 그리웠던 네 얼굴을 보겠네. 이제 마지막 고비 결승전. 당황하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맘 편히 너와 동료들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해. 잘할 수 있지? 사랑하고, 고맙다. 부산에서 엄마가

정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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