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을들의 싸움’ 부추긴 ‘갑의 횡포’

입력 2015-03-0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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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을 둔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의 상영관 독과점 논란 속에 영화 ‘조류인간’과 ‘개훔방’(아래)이 예술영화전용관 확보와 관련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제공|루스이소니도스·삼거리픽쳐스

‘개훔방’ 예술영화전용관 상영 논란
거대 배급사 상영관 독과점이 발단


“‘을’들의 싸움? 본질은 ‘갑’의 횡포로 빚어진 다양성문화의 존폐 위기!”

영화 ‘조류인간’(제작 루이스소니도스)과 김혜자 주연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개훔방, 감독 김성호·제작 삼거리픽쳐스)이 예술영화전용관 상영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얻은 두 영화와 관련한 논란은 상영관 확보 경쟁으로 보이지만 그 본질은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이 주도하는 상영 환경의 악화라는 지적이다.

‘조류인간’의 신연식 감독은 ‘개훔방’이 2월12일 재개봉하는 과정에서 15개 예술영화전용관을 확보했다면서 “이는 다양성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 감독은 3일 스포츠동아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예술영화전용관은 독립영화 등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라며 “상업영화가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재개봉하는 방식에 대한 적합성 논의와 공론화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개훔방’은 지난해 12월31일 약 200개관에서 개봉했다. 관객의 호평이 이어졌지만 조조와 심야시간에 배치되면서 이른바 ‘퐁당퐁당’(교차상영) 상영 논란을 불렀다. 상영관 확대 요청 속에 제작사는 재개봉을 추진했고 결국 일부 예술영화전용관을 확보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예술영화전용관은 전국 49개관. 한 해 100여편이 넘는 독립영화 등을 상영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최근 제작비 10∼20억원 규모의 상업영화가 늘면서 독립영화의 상영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는 목소리도 높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논란의 원인은 CGV, 롯데시네마 등 배급사를 보유한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 극장의 독과점 상황이 낳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투자와 배급, 상영이 한 번에 이뤄지는 수직계열화 구조에서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독립영화는 관객에게 공개될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현실에서 한정된 상영관을 나눌 수밖에 없는 영화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CJ CGV가 ‘아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전국 17개 예술영화전용관을 마련해 독립영화 등 다양성 영화 배급에 본격 뛰어들기도 했지만 이는 전체 예술영화전용관의 약 35% 비중을 차지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대기업 극장체인의 ‘선택’을 받지 못한 영화의 차별 사례가 늘자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6월14일 예술영화인정심사 세칙까지 수정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한 관계자는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작 기준은 개봉시 200개관 미만이었지만 여기에 840회차 상영 미만 조항을 더했다”면서 “극장의 교차상영 문제를 보완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훔방’은 2월 초 예술영화 인정 심사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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