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단체일주 No 개별체류 Yes

입력 2015-03-0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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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여행 트렌드는 일주보다 체류형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일정과 코스를 직접 짜고 여러 나라를 바쁘게 이동하기보다 좋아하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광하기를 원한다. 최근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스위스 트레몰라. 사진제공|스위스관광청

■ 해외여행 트렌드의 변화

단체보다 개별여행…일주보다 체류 늘어
여행코스 직접짜고 취향 따라 동선 이동
좋아하는 나라 1∼2곳 집중적으로 관광
유럽국가, 직항편 늘리는 등 마케팅 강화

‘많은 나라 돌기보다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게 더 좋다.’

해외여행객 1600만명 시대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항공기 유류할증료 인하와 원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월 해외여행객은 183만명을 기록했다. 월간 최고기록. 여행선호지역도 긴 이동시간 때문에 전에는 선뜻 시도하지 못했던 유럽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황금연휴가 많은 올해 해외여행 희망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곳 역시 유럽이다. 여행지로 유럽의 부상과 함께 여행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단기간에 여러 나라를 도는 일주형보다 이제는 한 지역을 느긋이 즐기는 체류형을 선호하는 추세다.


● ‘일주보다 체류’…FIT 증가와 함께 변하는 여행 트렌드

‘9박10일 10개국’ ‘5박6일 핵심4개국’. 유럽여행을 떠올릴 때 친숙한 광고문구다. 여행사가 일정과 숙박, 그날 관광할 장소를 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단체로 여러 나라를 이동하는 패키지투어는 오랫동안 유럽여행의 주된 방식이었다. 물론 그룹투어는 지금도 여행업계의 주력상품 중 하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최근 관광업계나 국내 외국관광청들이 신경 쓰는 것은 개별자유여행객(FIT. Foreign Independent Tour)이다. 개별자유여행객의 증가는 한국을 찾는 해외관광객(인바운드)나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여행객(아웃바운드) 모두 몇 년 전부터 뚜렷하게 나타나는 추세다. 개별자유여행객은 여행계획과 코스를 직접 짜기 때문에 그룹투어처럼 다수의 취향이나 동선에 애써 맞출 필요가 없다. 대신에 스스로 항공기부터 숙박까지 혼자 정하고 일정도 계획해야 한다.

유럽은 이동거리 못지않게 언어와 문화 차이가 주는 부담이 큰 지역이다. 그래서 ‘마음 편한’ 그룹투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다. 짧은 시간, 최대한 많은 것을 본다는 패키지 상품 특유의 ‘가성비‘도 큰 몫을 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여행정보의 취득이 쉬워지고, 유류할증료 인하와 원화강세 같은 경제적 이점까지 더해지면서 개별자유여행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특히 젊은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런 자유여행에 40대 이후의 중장년층도 ’꽃보다 할배‘와 같은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아 도전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들은 유럽 여러 나라를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숨 가쁘게 이동하면서 관광하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지역이나 나라 한 두 곳을 집중적으로 관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관광청 한국사무소의 김현주 차장은 “개별자유여행객의 비중이 늘면서 유럽 지역에서 한국관광객 증가세가 높아 본국에서도 놀라고 있다”며 “특히 스위스의 경우 젊은 시절 배낭여행으로 이곳을 경험한 분들이 나이가 들어 여유가 생기면서 가족과 함께 다시 찾는 재방문객이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한국 여행객이 스위스에서 얼마나 머무는가 알 수 있는 숙박일수를 보면 2013년 총 18만7966박이던 것이 2014년 26만3180박으로 껑충 뛰었다.

유럽 국가들이 한국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 북동쪽에 위치해 교통이 불편했던 핀란드도 인천-헬싱키 직항편을 운영하며 코리아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 전경. 사진제공|핀에어 코리아



● “잠재력 큰 한국 여행객 잡아라”…유럽국가 적극 마케팅

아직까지 유럽관광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아시아권만 한정해도 중국과 일본에 이은 3위권이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개발 잠재력이 큰 마켓이다. 최근 유럽 방문객의 신장세도 가파르다. 자연히 유럽국가들이 한국시장 개발을 위해 들이는 공은 각별하다.

유럽에서도 북동쪽에 위치한 핀란드는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국영항공사 핀에어를 중심으로 한국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그동안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불편했던 교통편이 인천-헬싱키 직항편으로 편리해졌음을 강조하면서 라플란드처럼 이국적인 풍광과 아웃도어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지역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체류형 유럽여행객들이 느는 것을 겨냥한 마케팅이다. 핀에어 코리아 김동환 지사장은 “유럽 방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해 이미 취항한 외항사들은 범위를 늘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핀에어 본사도 한국시장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올해 자동차나 기차를 통한 체류형 여행상품 ‘그랜드 투어’를 내세운 스위스는 3일 서울역 구청사에서 관광청 주최로 대규모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스위스 각 지역 관광청 관계자들이 직접 한국에 와서 대형 멀티스크린을 통해 자기 고장과 관광상품을 홍보하는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유럽 그룹투어의 필수방문 국가였던 관광대국 프랑스도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가족여행객을 겨냥한 기차여행 상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초고속열차 TGV는 물론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지방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코스를 개발해 한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 중심가 호텔에서 대규모 프로모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obau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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