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퀸’ 박인비의 반격

입력 2015-03-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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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박인비는 4라운드 내내 단 한 개의 보기 없이 완벽하게 시즌 첫 승을 만들었다. 사진제공|마니아리포트

■ LPGA HSBC 챔피언스 ‘72홀 노 보기’로 리디아 고·루이스 꺾고 우승…세계 1위 탈환 시동

합계 15언더파 273타…시즌 첫 승·통산 13승



마지막 날 세계랭킹 1·2·3위 챔피언조 격돌
보기 없이 대회 끝낸 적은 처음…완벽 플레이
박인비 “세계랭킹 1위 추격의 동력 만들었다”


박인비(가운데)가 8일 HSBC 위민스 챔피언스 4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우승을 확정하자 한국선수들이 그린으로 나와 샴페인을 부으며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제공|마니아리포트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번째 ‘빅 매치’의 승자는 박인비(27·KB금융그룹)였다. 아울러 올 시즌 치러진 LPGA 투어 5개 대회에서 모두 한국선수 또는 한국계선수가 우승하는 쾌거가 펼쳐졌다.

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세라퐁 코스(파72)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총상금 14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선 올 시즌 처음으로 세계랭킹 1∼3위가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가 2타차 단독선두로 4라운드를 맞은 가운데, 1위인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18·한국명 고보경)와 3위 스테이시 루이스(30·미국)가 공동 2위로 추격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경기였지만, 박인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박인비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를 낚아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시즌 첫 승이자, LPGA 투어 개인통산 13번째 우승이다. 리디아 고는 13언더파 275타로 2위, 루이스는 11언더파 277타로 3위에 그쳤다.

경기 시작 전부터 정적이 흘렀다. 박인비 역시 살짝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그녀는 “리디아, 루이스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한 건 처음이다. ‘왜 하필 내가 잘 치는 경기에서 이런 힘든 승부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담이 됐다. 그러나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고, 오늘(8일)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약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위안이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경기였던 만큼 박인비도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했다. 3번홀까지 계속 버디 기회를 잡고도 좀처럼 살리지 못했다. 그 사이 리디아 고가 치고 나왔다. 4번홀(파5)과 5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공동선두로 올라왔다. 세계랭킹 1위의 추격은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박인비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박인비는 “3번홀까지 버디 기회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기다리자고 되새겼다. 후반에 잘 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처럼 11번홀(파4)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 버디가 나왔다. 이어 리디아 고의 실수가 더해지면서 우승을 지켜냈다.

박인비는 “11번홀에서 버디 퍼트가 결정적이었다. 1타차 선두인 상황에서 리디아 고의 버디 퍼트가 빗나갔고, 2m 거리의 쉽지 않은 파 퍼트를 남겨두고 있었다. 버디를 성공시키면 2타차로 달아날 수 있었기에 더 집중했다.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고, 우승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퍼펙트 플레이였다. 특히 아이언샷은 한번의 실수도 없었다. 이날 박인비는 100%의 그린적중률을 보였다. 최근 스트로크 방법을 바꾼 퍼트도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72홀 동안 단 1개의 보기도 범하지 않았다. 보기 없이 대회를 끝내기는 처음이다.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 추격의 동력을 만든 것 같다”며 기뻐했다.

우승은 골프여왕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박인비는 2월 2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리디아 고에게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한 달간 별다른 반격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이번 우승으로 리디아 고와의 격차를 줄이며 1위 재탈환에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우승상금 21만달러를 추가해 상금랭킹에선 3위(31만8148달러)로 올라섰다.

싱가포르|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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