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박찬욱 감독 “부산영화제 외압, 수치이자 모욕”

입력 2015-03-10 1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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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임권택-박찬욱(오른쪽). 사진|명필름·동아닷컴DB

“부산국제영화제의 표현의 자유 억압과 검열은 수치이자 모욕이다.”

임권택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최근 부산국제영화제(부산영화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부산시의 외압 논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오후 5시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이들 감독은 사전 검열이 이뤄지는 영화제는 가치가 없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감독이 꺼낸 지적은 여러 해외영화제를 오가며 현장에서 느끼고 체득한 경험이란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임권택 감독은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지만 예상 밖의 빠른 속도로 부산영화제가 커 갔다”며 “대단한 위세로 알려지고 성장한 건 양질의 인력들이 끌어간 덕분이고 이런 부산영화제를 누군가는 부러워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부산영화제 일련의 사태는 모두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하며 “구정물을 뒤집어 쓴 영화제로 전락된다면 나라의 수치이며 부산의 수치, 영화인의 수치”라고 지적했다.

박찬욱 감독도 같은 입장이었다.

“영화제에 간섭하는 나라는 없다”고 못 밖은 그는 “영화가 누군가로부터 걸러지는 영화제라면 내 영화는 온건한가, 내 영화는 정치인이 볼 때 용인될만한가를 먼저 생각한다. 나는 그런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됐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의 지난해 부산영화제 초청을 둘러싼 부산시와 정치권의 외압은 ‘독립성의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제가 상영작을 선정하는 과정은 “아주 깨끗한 다이아몬드 같은 완벽하게 순수해야 하는 문제”라며 “약간의 훼손은 전체의 훼손과 똑같고, 영화제가 보낸 지난 20년간 단 한 편이 문제가 됐다고 해도 그건 20년의 역사 전체의 문제”라고 짚었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의 ‘기준’에 따라 영화제의 상영작 초청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박 감독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그동안 부산영화제에서는 프로그래머가 영화를 골라 관객에게 선보이는 과정에서 특정 성향이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골라왔다”며 “‘다이빙 벨’은 그중 하나다. 그 하나에 공세를 펼친다면 그야 말로 정치 공세”라고 지적했다.

‘다이빙 벨’ 상영으로 촉발된 이번 논란은 부산시가 지난해 말 영화제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인 직후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며 더욱 가열됐다. 영화제를 향한 부산시의 외압이라는 논란과 함께 표현이 자유 침해 주장도 잇따랐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눈은 대체로 같다.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영화인들의 의견 역시 ‘표현의 자유 보장’과 ‘영화제 외압 중단’으로 겹쳤다.

‘건축학개론’ ‘카트’의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여러 영화인의 노력이 있었기에 영화제의 20년 역사가 있다”며 “이제와 비전을 마련하고 쇄신안을 마련하라는 (부산시의) 주장이 착잡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공청회는 앞서 2월9일 부산에서 열린 1차에 이어 두 번째 자리다. 올해 10월 열리는 제20회 부산영화제를 준비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공청회에는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민병록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 이용관 위원장도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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