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각 “나는 가수다. 그리고 남편이자 아버지다” [인터뷰]

입력 2015-03-23 0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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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각, 사진|에이큐브


오랜 휴식을 끝에 세 번째 미니앨범 ‘사월의 눈’으로 돌아온 허각이 연일 차트를 휩쓸며 명불허전의 음원 파워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OST나 프로젝트 앨범 등에 참여하며 간간히 활동을 이어온 허각이지만 자신의 앨범을 발표한 것은 약 17개월 만으로, 그사이 그에게는 가수 외에 ‘남편’과 ‘아버지’라는 타이틀이 더해졌다.

가수로서 긴 휴식을 갖게 한 결혼과 출산이었지만 오히려 이는 허각이라는 가수의 감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허각은 “아무래도 결혼이 음악에 조금 영향을 끼쳤다”라며 “원래 급한 성격이었는데 좀 차분해지고 여유로워졌다. 가정이 생기고 한결 여유가 생기고 내가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허각은 곧이어 “완벽하게 바뀐건 아니다. 앨범을 빨리 나오게 해달라고 회사에 조르는 거 보면 또 급하기도 하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재미있는 점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허각이지만 그의 입에서 불리는 노래는 지극히 슬픈 감정의 곡이라는 점으로, 허각 본인 역시 “행복한 때를 지내고 있는데 (슬픈 노래를 부르기)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라고 이를 인정했다.

이어 “사실 힘든 점도 있긴 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쥐어짜듯 억지로 슬픈 감정을 낸 건 아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굉장히 많이 했고, 감정조절을 위해 이별 이야기나 이별 드라마, 영화를 꾸준히 접했다”며 “그래서 쉬면서도 예민했던 시기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결혼이 꼭 슬픈 노래를 부르는데 어려움만을 준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정이 생기고 더욱 풍부해진 감수성은 노래의 감정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고 있었다.

허각은 “가정이 생기고 감수성이 더 는 것 같다. 매일이 신기한 하루가 됐다. 아빠가 되고 나니까 조금 더 철이 들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가만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럴 때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눈물이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환희와 신기함 같다. 처음에는 내가 우울증에 걸린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다. 지금은 좋다. 긍정적으로 된 것 같다”라고 흡족해했다.

그렇게 탄생한 ‘사월의 눈’은 기존 허각의 노래들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라져 있다. 약간은 절제된 감정과 여유로워진 보컬이 리스너에게 한층 편안함을 선사하고 있다.

허각, 사진|에이큐브


이에 허각은 “타이틀곡으로는 지르거나 자랑하는 곡보다는 편안하게 감성적으로 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감정의 절제가 필요했고 살짝 풀어서 부르기도 했다. 세게 지르거나 스크래치를 넣고 감정이 과잉되는 곡이 아니라서 조금 힘든 점도 있었다”며 “데뷔하고 처음으로 수정녹음을 6번 했다”라고 많은 공을 들인 곡임을 알렸다.

또한 ‘사월의 눈’은 듣기에는 여유롭고 편안하지만 실제로는 만만치 않게 고음이 많은 곡으로, 허각은 “노래 자체를 여유롭게 부른 건 아니다. 음역대가 높아서 뒤에 브릿지 부분도 수정을 했다. 원래는 진성으로 부르려고 했는데, 음이 안돼서 가성으로 녹음했다”라고 남다른 고충을 털어놓았다.

‘사월의 눈’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 벚꽃은 연상시키는 제목과 발매시기를 볼 때, ‘시즌송’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것으로 허각은 “절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노린 건 아니다”라고 수차례에 걸쳐 이를 부인했다.

이어 “녹음할 때는 진짜 4월에 눈이 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녹음을 했다. 나중에 그걸 계절에 맞게 형상화 하다 보니 벚꽃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라며 “사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정말로 시즌송을 생각하고 만든 곡은 아니다. 더군다나 발라드 곡이라서 더욱 그런 기대도 없다. 그렇게 생각이라도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17개월이라는 휴식기간은 ‘가장 허각’에게는 행복하고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가수 허각’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의 시간이기도 했다.

허각은 “내 성격자체가 형식적인 걸 싫어하고 단순하다. 스스로 변해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좀 더 차분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쉬면서 조급함이 들어 현실적인 걱정을 많이 했다. 또 정말 진지하게 나는 뭘하는 사람이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물론 고민 끝에 나온 답은 본인도 알고 모두가 이미 아는 그대로 ‘가수’였다.

그는 “나는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내와 가족들이 다잡아 주더라. (공백기가)나를 많이 배려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며 “진지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노래를 더 진지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이후 한층 더 발전된 가수 허각의 모습을 예고했다.

끝으로 허각은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앨범 나오기 2, 3주 전부터 잘될까하는 걱정에 불면증이 생긴다. 이번에도 가족이 생기고 첫 앨범이다 보니 부담이 더 커서 잠이 안 오더라”라며 “하지만 5년차가 되니까 약간은 평온함이 생겼다. 내가 하는 걱정이나 기대는 나만 노래 잘하면 된다는 걱정과 기대다. 성적이 잘나왔으면 좋겠다는 걱정은 조금 내려놓고 있다”라고 가수로서도 가장으로서도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허각, 사진|에이큐브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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