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주년 특집|나영석PD, 예능을 말하다] 3가지 키워드로 본 나영석 PD

입력 2015-03-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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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1박2일’부터 tvN의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어촌편’까지 나영석 PD의 감각적인 기획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흥행의 아이콘이 됐다. 사진제공|CJ E&M

연출자 나영석… “연이은 성공은 운이죠”
기획자 나영석… “언젠가 망할때도 올것”
인간 나영석…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

‘예능계 미다스의 손’이라고 부른다. KBS 2TV ‘1박2일’,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등 손을 대는 프로그램마다 ‘대박’ 히트를 치며, 리얼 버라이어티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웬만한 스타보다 더 유명한 나영석(39) PD, 그는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라면 몇 시간이라도 떠들 수 있지만 개인에 관한 질문은 정말 싫다”며 쑥스럽게 웃는다. 그래도 이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한 편의 드라마를 펼쳐놓는다.


삼시세끼는 솔직히 자신 없었는데
뛰어난 출연자·스태프들 덕에 성공
내 프로그램이 좋은 휴식처 됐으면


tvN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삼시세끼-어촌편’(맨 위부터). 사진제공|CJ E&M



● 연출자 나영석

나영석 PD는 자신의 연이은 성공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1박2일’은 시골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여행의 형식은 ‘꽃보다’ 시리즈로 이어졌다. 또 시골의 배경은 ‘삼시세끼’에 등장한다. PD는 이른바 ‘촉’이 좋아야 한다는데, 난 그렇지 못하다. (내가)좋아하는 것들로 변주한 건데, 이런 성과가 나왔다.”

나 PD는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좋은 시스템”을 꼽았다. ‘1박2일’부터 호흡을 맞춰 온 이우정 작가와 조연출자 등 30여명의 스태프, 이른바 ‘나영석 사단’은 그 인적 토대이다.

“뛰어난 이들의 각기 장점을 잘 알고 있어 그 능력을 뽑아낸 것일 뿐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곧바로 다른 프로그램 촬영을 시작하고, 여러 편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촬영, 편집 등을 나눠 한다. 예전에는 혼자 다 했지만 역할을 분담하니 득이 된다. 좋은 스태프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 기획자 나영석

성공 확률이 높을수록 그에 대한 기대치는 커지기 마련이다. 지난해 ‘삼시세끼-농촌편’(농촌편)에서 이서진이 “망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을 때도 “언젠가 크게 망할 때가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농촌편’은 자신이 없었다. ‘꽃보다 누나’에서 인연을 맺은 윤여정 선생님이 ‘너는 한 번 망해봐야 한다’고 했다. 높아진 대중의 기대치와 눈높이에 맞추다보면 자칫 눈치를 볼 수 있다는 걱정 섞인 조언이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가면 된다. 실패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뭐가 문제였는지 알아내고 반성하고, 또 시작할 거다.”

‘어촌편’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차승원을 섭외한 것이 아니라 ‘차승원’이라는 사람을 먼저 알고 난 뒤 기획했다.

“우연한 기회에 승원 형을 만나 요리에 남다른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꽃할배’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 ‘꽃누나’ 윤여정·고 김자옥·김희애·이미연, ‘삼시세끼’ 이서진·차승원·유해진 등 출연진만 보더라도 그의 기획력은 탁월해 보인다. 이들은 모두 “나영석이 사람을 구워 삼는 재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직하게 말한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이런 상황이 올 거다’는 식으로, 힘든 부분이 있을 것임을 정확히 설명한다. 캐스팅하기 위해 부풀리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


● 인간 나영석

나 PD의 연출 기준은 명확하다. “기획은 단순하게, 촬영은 자연스럽게!”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다. 그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관계를 중시 여긴다.

“하나의 작업이 끝났을 때 출연진과 더도, 덜도 말고 한 발자국 정도 만큼만 행복했으면 좋겠다. 물론 시청률이 잘 나와 출연진도 잘 되면 좋겠지만, 그걸 떠나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느끼면 만드는 사람의 성취감도 크다.”

나 PD는 자신 역시 또 한 명의 시청자로서, 그 입장의 느낌을 프로그램에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한다.

“예능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왜 있어야 하나 생각해봤다. 여러 가지 기능 가운데, 하나의 좋은 휴식처가 됐으면 한다.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의 ‘광팬’이다. 내 방식과는 달라 그런 프로그램은 만들지 못하지만 깔깔대며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힐링이 된다. 누군가 내 프로그램을 보며 그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경쟁자’로 꼽히는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상당히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너무 고생스러워 보인다. 그의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냥 보는 게 미안할 정도다. 시청자도 그걸 알고 있지 않나. 친분은 전혀 없지만,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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