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부모 “우유 하나 못 사주고 키운 주성이, 챔프전 제발 다치지만 말았으면…”

입력 2015-04-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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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김주성의 아버지 김덕환 씨(왼쪽)와 어머니 이영순 씨는 29일과 31일 ‘2014∼2015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1·2차전이 열린 울산 동천체육관을 직접 찾아 아들을 응원했다. 부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올바르게 자라준 아들이 대견할 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울산|전영희 기자 etupman@donga.com

■ 4년만에 울산 찾은 김주성 부모

한동안 건강 악화로 경기장 응원 못가
“휴게소 자주 들리며 쉬엄쉬엄 왔어요”

아무리 키가 205cm라도 부모 앞에선 한없이 작은 아들일 뿐이다. 29일과 31일 ‘2014∼2015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승제) 1·2차전이 벌어진 울산 동천체육관에는 김주성(36·동부)의 아버지 김덕환(65) 씨와 어머니 이영순(57) 씨의 모습이 보였다. 팬들은 두 손 모아 우승을 염원하지만, 부모의 바람은 한 가지뿐이다. “우리 아들 제발 다치지만 않기를….” 30대 중반의 김주성 역시 어느덧 두 딸의 아버지가 됐지만, 경기장에서만큼은 물가에 내놓은 자식이었다.


● “우유 한번 제대로 못 사준 것이 가장 미안해”

김주성의 아버지는 소아마비 후유증, 어머니는 척추측만증을 앓았다.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려운 삶을 살았다. 농구부 회비를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였다. 어머니는 “그땐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특히 운동하는 (김)주성이에게 우유를 제대로 먹이지 못한 것이 지금도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프로 데뷔(2002∼2003시즌) 때 아들의 마른 체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부모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그러나 김주성은 역경을 딛고 올곧게 줄기를 뻗어 한국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본인 스스로 “자라면서 한번도 부모님의 장애와 가난에 대해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고 당당히 말할 정도다. 부단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체력 관리는 그의 상징과도 같다. 그 덕분에 큰 부상 없이 프로에서 13시즌을 버텼다. 어머니는 “부모로서 많이 해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올바르게 자라준 아들에게 고마울 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 “아들 경기 앞두면, 심장이 떨려 진정이 안 되기도”

부모는 아들의 프로 데뷔 이후 한동안 거의 전 경기를 쫓아다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창원, 울산, 부산 등 이동거리가 긴 원정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그 대신 TV 중계방송을 보면서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그래도 이번 챔피언 결정전만큼은 빼놓을 수 없었다. 1·2차전 모두 동천체육관을 지켰다. 아버지는 “울산 경기에 온 것은 4∼5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주성이야 ‘뭐 하러 멀리까지 오시느냐’고 하지만, 쉬엄쉬엄 운전해서 오면 괜찮다. 분당 집에서 울산까지 오면서 여러 번 휴게소를 들렸다”며 웃었다.

어느덧 김주성은 베테랑이 됐다. 부모 역시 아들이 선수시절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머니는 “큰 경기를 많이 봤는데도, 이번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 때는 이상하게 심장이 떨려 진정이 안됐다. 4강 PO 5차전에서 이기고는 눈물이 쏟아졌다”며 간절함을 표현했다. ‘효자’로 소문난 김주성도 이런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그는 “예전엔 농구장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경기장에서 뵐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하니 달라졌다”며 관중석의 부모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어 “경기장 오는 게 삶의 낙이신데…. 만약 은퇴하면 다른 취미를 찾아봐 드려야겠다. 우선 선수 하는 동안엔 열심히 뛰는 게 효도인 것 같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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